무엇 하나 순탄하지 못했던 초기 생활
앞으로 지내게 될 집도 결정하고 계약까지 마친 우리 부부는 이제 부동산과 남편 회사가 우리의 입주 날짜를 조율하여 통보하면 입주할 준비만 하면 됐다.
계약할 당시 내가 중개인에게 언제쯤 입주가 가능한지에 물었더니 중개인은 오히려 나에게 희망 날짜를 물어보았고, 나는 계약한 다음 주 토요일로 이야기했다. 계약한 주 주말은 우리도 센다이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피로하기도 했고, 평일은 남편이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하기도 하며(물론 남편은 주재원이기 때문에 이사 등의 일로 휴가를 쓴다고 하여 눈치를 주지는 않지만), 아직 일본에 와서 적응하는 것도 힘들 텐데 평일에 이사하는 게 남편한테는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해서 남편과 상의 끝에 결정한 날짜였다.
최종적인 입주일은 어쨌든 남편 회사와 조율하여 알려준다고 해서 그 날짜가 안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 회사에서 우리가 지정한 날짜에 입주가 결정 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그렇게 정해진 입주일까지 잠자코 호텔에서 지내기만 하면 되는 건가 했는데 문득 드는 생각······.
한국에서는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 도시가스에 전입신고 후 가스를 열어둬야만 했던 것이 기억나서 일본도 같은 과정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가 입주하는 맨션의 가스 형식이 도시가스였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에게 카톡으로 물어봤다. 일본은 입주 전에 도시가스에 따로 연락을 안 해도 되는지, 만약 해야 된다면 과연 주말도 가능한지.
그때가 벌써 입주하기 4일 전이었다. 한국에서도 도시가스 전입신고는 미리 해놓지 않으면 기사 방문 예약이 꽉 차 있어 며칠 동안 찬 물로 샤워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일본도 한국과 똑같이 도시가스 기사 방문 예약을 해야 하는데, 지금 와서 예약을 하려고 보니 기사 방문한 일정이 다 차 있으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찬 물로 샤워를 해야 할까?
주말에도 방문 예약이 가능한 걸까?
주말이 안 되면 입주 하루 전 미리 방문이 가능한 걸까? 그러려면 누군가 집에 있어야 할 텐데 계약일 이전에 열쇠를 인도받을 수 있는 건가?
등등 온갖 최악의 상황에 대한 스토리를 지어내고 있던 내 머릿속.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서 답장이 왔다. 안 그래도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얘기가 나와서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도시가스뿐만 아니라 전기, 수도까지 우리가 직접 연락을 해서 연결을 해야 한다고 했다.
도시가스야 도시가 스니까 연락처가 하나뿐이지만 전기와 수도가 민영화되어있는 일본이기 때문에 전기와 수도는 우리가 회사를 찾아 그중 하나에 연락을 했어야 했다.
정수리로 큰 돌덩이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부동산이야 일차원적으로 매물 연결 해주고 계약한 뒤 수수료를 받는 일에만 충실해서 돈이 되면 다인 우리에게 그다지 세심하게 케어를 안 해줬다고 친다 하더라도, 남편 회사는?
외국에서 사람을 데려왔으면 당연히 그 나라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모르는 직원을 위해 생활에 대한 케어를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그걸 일주일 정도가 지난 이제 와서야 말해주다니!
들어보니, 우리와 센다이에 같이 왔던 남편 후배들이 간 부동산에는 통역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 통역사로 하여금 가스, 전기, 수도 연결에 대한 설명을 그들은 부동산에서 이미 듣고 왔는데 우리는 부동산에서 단순 매물 안내받기와 임장, 계약만 했으니······. 지난번 임장 때 부동산에 대해 들었던 불신에 이제는 원망까지 더해졌다.
일단은 남편에게 물어봤다. 언제까지 연락을 해야 하는지.
남편은 원래 일본은 최소 5일 전에는 연락을 했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그날은 이사 4일 전이었으니, 늦어도 그날 안에는 연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시간이 벌써 오후 두 시쯤이었다.
도시가스는 바로 연락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기와 수도는 적어도 여러 회사를 비교해 보고 결정해야 할 터인데 우리에게 그럴 시간조차 주지 않으니,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동산과 남편 회사의 행보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불친절했던 것 같다.
그런 나의 생각에 남편은 일본이 원래 불친절하다고 답했다. 나에게 일본의 이미지는, 여행하면서 아무에게나 길을 물어봐도 본인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내가 향하던 목적지로 방향을 틀어주는 그런 친절한 이미지였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남편보다 먼저 주재원을 왔던 선배들은, 일본에 오자마자 아무도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그냥 컴퓨터 앞에 던져져 모든 것을 혼자 알아보고 혼자 해결했어야 했다고 한다. 나의 상황이 아닌 남의 일이면 관심도 없고 섣불리 관여하려고 하지도 않는, 그냥 남에게 무관심한 게 일본이었던 것이다.
무관심이 곧 불친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부름 받아 온 사람을 방치하는 것은 불친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편도 업무 하랴, 이거 알아보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결국, 일단 회사 인사팀에 도움을 요청해 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 인사팀이 계속 회의 중인지 연락이 계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남편은 퇴근했고 내 속은 타들어만 갔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남편은 인사팀에게 공공요금과 관련하여 문의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다행히 인사팀 직원이 도시가스와 전기, 수도 회사에 각각 대신 전화해 주어 그 일은 무사히 해결됐다. 신기하게 일본은 주말에도 해당 방문 업무를 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해결이 됐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도 험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