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친절한 일본 대중교통

한국과는 사뭇 다른

by 주키

가깝지만 너무도 먼 나라 일본. 그 말에 걸맞게 정말 너무 많은 것이 한국과 다르다.

다르고 다른 것들 중 가장 체감되는 것이 대중교통이다.


환승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대중교통과는 달리 일본은 철저한 민영화로 환승 시스템도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충전해 둔 스이카 카드가 어느 순간에 이미 바닥이 나 있을 정도로 비싸다.

여행 다닐 때는 보통 교통 패스를 이용해 일정 기간 동안 일정 노선들의 대중교통을 프리패스로 이용했기 때문에 실감을 하지 못했지만, 여행객 신분이 아닌 주민 신분으로 다니다 보니 마음에 너무나도 크게 다가오는 환승 시스템의 빈자리다.

환승도 환승이지만 기본적으로 각 노선에 따른 요금도 천차만별인데,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지하철로 9 정거장이면 가는 센다이역까지 왕복으로 한화 6,000원 정도가 들어버린다.

민영화의 쓴 맛. 부르는 게 값이다.


비싼 것은 정말 큰 단점이지만 그 와중에도 한국과는 다르게 좋은 점도 있는데, 바로 기사들이 친절하다는 것이다.


때는 센다이에 처음 왔던 주, 남편이 회사에 있을 시간에 나는 이사할 집에 놓을 가전제품을 알아보러 다닐 때였다.

새 가전으로 사기에는 오래 쓰지 못할 예정이었기에 나중에 버리거나 헐값에 팔고 가야 할 거라 생각하면 너무 아까워서 중고로 구매하기로 결정한 우리였다.

한국의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일본에도 있었기 때문에 먼저 우리는 그것을 통해 매물들을 알아봤다.


연식도 얼마 되지 않고 좋은 물건들을 급하게 판매하기 위해 싼 값에도 올라오는 한국의 중고거래와는 달리, 일본의 중고거래 플랫폼(적어도 내가 생활하는 지역의)에 올라오는 매물들은 대부분 전문 중고품 판매 업체와 가격이 맞먹거나 오히려 새것과 가격이 비슷한 정도였다.

만약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직접 용달을 불러야 하는데, 아무래도 타지에서 그게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내가 직접 중고 가전 판매점, 리사이클 용품점에 찾아가 발로 뛰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내가 방문한 곳은 총 두 군데로, 한 곳은 일본에서 유명한 중고물품 전문 프랜차이즈였고 한 곳은 개인 상점이었다. 두 가게가 서로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도심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지하철역으로 오가는 버스가 40~50분 간격으로 있었다.


프랜차이즈 가게는 매물 자체는 개인 상점과 비슷하며 개인 상점보다는 가격이 비쌌는데 배달도 되지 않았다. 반면 개인 상점은 구매 시 배달까지 서비스로 해준다고 하니 나는 곧바로 개인 상점으로부터 필요한 가전제품을 구매했다.

그렇게 모든 절차를 끝내니 이미 역으로 가는 버스가 오기까지 3분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가게에서 버스정류장은 정말 코 앞이지만 길을 건너서 가야 했기에 조금 돌아서 가야 했고, 버스가 오기까지 버스정류장으로 갈 수는 없었다.

보통 구글 지도에 나오는 시간이 실제 버스가 오는 시간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나는 그냥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려야겠다 하며 바로 체념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걸어 버스정류장까지 가는데 버스가 웬일로 지연됐는지, 이제야 버스정류장에 멈추는 것을 보게 됐다.

만약 한국이었으면 그제야 뛰어도 10명 중 9명의 기사는 본 척도 안 하고 그냥 쌩 가버릴 것을 알았기 때문에 뛰지 않았을 테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은 뛰어봤다.

나는 이제 막 길을 건넌 참이었기 때문에 버스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었지만 열심히 뛰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는 정말로 나를 기다려주었다. 40분 또는 50분을 그냥 앉아서 기다리기만 했을 수도 있는 나를 기다려 준 것이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일본에서 생활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은 버스에서 더 이상 서두르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는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뒤에서 천천히 내려와도 아무도 소리 지르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탑승한 후에도 내가 앉거나 손잡이를 채 잡기도 전에 출발해서 넘어지게 만들지 않는다.


세상 어떤 일이든 나쁜 게 있으면 좋은 것도 분명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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