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현지인도 어려워하는 일본 인터넷 개통기(1)

챗GPT와 절친이 되다

by 주키

챗GPT는 그야말로 혁명이다.

한국에 있을 때 GPT로 지브리풍 그림을 생성하는 게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GPT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을 직접 보고 겪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었다. 지브리풍 그림을 생성해 주는 것도 내 사진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살게 될 집까지 계약하고 그 집에 들어갈 가전제품까지 구매한 후 나는 다시 바빠졌다. 이제는 우리 삶의 필수인 인터넷을 알아볼 차례였기 때문이다.


월세방이면 웬만하면 옵션으로 인터넷이 사용 가능하고, 없더라도 직접 인터넷에 가입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거주하게 될 집이 인터넷 '대응'이 되는 곳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여기서 인터넷 대응이란, 보통 한국의 아파트들처럼 이미 인터넷 선이 건물에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서 인터넷 회사에 인터넷 가입 후 설치 및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먼저, 일본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의 형태는 단독주택, 맨션, 아파트로 나뉘는 듯했다. 한국의 아파트와 같은 게 바로 맨션으로, 우리가 계약한 집도 맨션 형태였다.


지어진 지 10년 이내의 비교적 신축 맨션은 따로 인터넷 설치 없이 무료로 사용을 할 수 있거나 인터넷 대응인 곳이 대부분이고,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맨션들은 인터넷 대응인 상태가 많은 것 같았다. 간혹 90년대에 지어진 낡은 맨션들은 인터넷 대응조차 되지 않는 곳들도 있는 듯했다.


인터넷 무료 사용 가능, 인터넷 없음, 그리고 인터넷 대응. 이 각각의 경우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봤다.

무료 사용인 경우 말 그대로 아무런 절차 없이 바로 인터넷을 사용하면 된다. 단, 이 경우에 맨션 거주자 전체가 공용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속도가 굉장히 느릴 수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없음의 경우 당연히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꼭 그곳에 거주하며 인터넷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큰돈을 주고 전신주에서 선을 끌어와 맨션에 인터넷 선을 공급하는 대공사를 진행하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사 비용도 지불해야 하며 맨션 관리인 또는 주인에게 허락까지 받아야 하고, 심할 경우 훗날 퇴거 시 원상복구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공사를 거치지 않고도 와이파이로써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그건 바로 포켓 와이파이의 가정용 버전인 '라우터'라는 것을 사용하면 되는데 그리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

가정용 와이파이 라우터는 전기 코드만 꽂으면 5G 또는 4G 신호를 가져와 와이파이로 변환해 주는 장치인데 결국 휴대폰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고 이를 와이파이로 변환까지 해야 하다 보니, 사용자가 많은 시간이나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하루 종일 먹통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라우터는 대부분 렌털이 되지 않고 그 기계를 구매해야 하는데 월간 이용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즉, 성능 대비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


결국 빠른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집이나 인터넷 대응이 되는 집을 골라 인터넷 가입 후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계약한 맨션은 인터넷 대응 맨션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대응이라면 한국처럼 그냥 원하는 통신사 인터넷에 가입해서 설치하고 사용하면 되냐? 그건 또 아니다.


거주하는 맨션에 깔려있는 인터넷 회선이 어느 회사 회선인지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보통은 맨션에 깔려있는 인터넷 선이 A사의 선이라면, 우리 호실에 설치할 수 있는 인터넷도 A사의 인터넷이다. 만약 B사의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다면, 맨션의 인터넷 회선을 B사의 회선으로 바꾸는 공사를 또 거쳐야 한다.


또한, 맨션이 그냥 인터넷 대응인지 광회선(히카리) 대응이 되는지도 자세히 봐야 한다. 아마 웬만한 곳은 대부분 광회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 같지만 아직도 느려 터진 인터넷 또는 전화선으로 연결하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곳이 있는 듯했다.


다행히도 내가 사는 맨션은 히카리 대응 맨션이었다.


사실 이 모든 지식은 어느 정도 인터넷에 대해 GPT를 통해 알아보고 진위 확인을 위해 직접 구글링을 해보면서 알게 된 것들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넷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에는 정말 무방비 상태에서 무인도에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부동산 임장 당시 우리와 동행한 직원에게 이 집이 인터넷이 가능한 곳인지를 물어봤을 때, '인터넷 대응이라고 적혀있네요.'라는 답변을 들었었다.

인터넷 대응이 정확히 뭔지 몰랐던 우리는 대응이니까 된다는 거겠지 생각하고 우선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임장에 동행했던 직원이 왠지 모르게 물건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하기 위해 부동산에 인터넷에 대해 다시 문의를 했다.

그러니 부동산에서는 '후렛츠(flet's) 히카리 대응이니, 원하는 회사와 계약하여 인터넷을 사용하면 됩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나는 저 말조차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후렛츠 히카리는 뭐고, 원하는 회사라고 함은 우리나라처럼 KT, SKT, LG 같은 회사들 중에서 고르면 된다는 건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불신했던 챗GPT를 꺼내 들었다. 아직까지는 불신이 있었기 때문에 GPT가 건넨 답변이 모두 사실인지는 다시 확인을 해봐야 했지만, 내가 직접 알아봤으면 검색어를 여러 번 고쳐가며 여러 개의 블로그와 카페 글들을 보며 발품을 팔았어야 할 정보들을 빠른 시간에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바늘로 손을 따서 체기를 한 번에 없애는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때부터 하루 종일 GPT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이 복잡한 인터넷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었기 때문에 그가 답변한 내용에 또다시 질문할 것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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