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한 번에 되는 일이 없었던 일본 생활 초기 시절
집에 공사를 해야 되는지 안 해도 되는지에 대한 여부는 결국 내가 아무리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GPT에게 답을 내놓으라고 닦달해 봐도 스스로는 알기 어려운 문제였다.
소프트뱅크에 가입을 하기로 했으니, 평일에 구청에 가서 전입 신고 후 재류카드에 우리의 주소지가 등록이 된 후 대리점에 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일본에 온 지 2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 무렵부터 나는 동네에 사는 현지인 친구를 알게 되었다. 알게 된 후 바로 부부끼리 저녁식사를 하게 됐고, 이런저런 얘기를 거의 두세 시간 동안 이어나갔다.
일본에 와서 힘든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나는 바로 핸드폰과 인터넷 가입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대답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대답이 들려오길 바라면서 내뱉은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 인터넷 어렵죠. 저도 어려워요."라는 공감의 반응뿐이었다.
그렇게 현지인도 알기 어려워하는 문제를 거의 갓 태어난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할 내가 하고 있으니······. 수험생일 때보다도 머리가 더 과부하 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기분은 내가 문맹이었던, 어린이집 원생도 되기 이전 이후로는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때의 느낌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은 할 수 있어도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공통점으로부터 그 느낌을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다.
이사를 하고 친구를 만난 주말은 빠르게 지나가고 다시 새로운 평일이 찾아왔다.
아침 9시부터 우리는 구청에 도착해서 우리의 전입 신고 등의 절차를 도와줄 남편 회사 인사부 직원과 만났다.
일본은 아날로그의 나라로 유명하기도 한데, 그 명성대로 우리는 구청에서만 세 시간을 있었다. 그중 2시간 30분 이상은 그저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기다리면서 남편 회사 직원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직원에게도 어김없이 인터넷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직원도 주말에 만난 친구들처럼 일본 인터넷은 일본인이어도 잘 가입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에 잠깐 살아 본 경험이 있는 그 직원은 확실히 한국이 이런저런 것들이 더 쉽고 편하다고 했다.
그날 드디어 모든 절차가 완료된 후, 우리는 집 앞에 있는 대리점에 갔다. 우선 휴대폰 요금제 가입 및 개통을 진행한 후 인터넷 가입도 한 번에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맨션, 우리 호실은 인터넷 개통을 위한 공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사 비용은 총 31,680엔이었다. 인터넷 월 비용도 한국에 비해서 훨씬 비싼데,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초기 30만 원이 또 나가게 생긴 것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있나, 인터넷은 필수인데 비용을 지불하라면 지불해야 하는 것인 것을.
다행히 공사 비용은 인터넷 유지 7개월 차부터 24개월 동안 인터넷 사용료에서 할인되는 방식의, 공사비 0엔 캠페인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즉, 총 30개월 동안 인터넷을 유지해야 공사비가 실질 0엔이 되는 것인데 아마 그 이전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서 전액 혜택을 받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할인이 된다는 것은 꽤나 위안이 됐다.
임대라서 공사를 할 때 나사를 박거나 벽을 뚫는 것은 안된다고 얘기하니, 대리점 직원은 그렇게까지는 공사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선을 끌어와야 하는 경우 요즘엔 에어컨 덕트를 통해서 끌어와서 대부분 임대 계약에 문제가 되는 공사는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며칠을 핸드폰이 뜨거워질 때까지 챗GPT와 대화하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며 알아봤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인터넷 가입과 공사 일정 예약 과정은 순조로웠다.
워낙 느린 나라라서, 인터넷 가입을 하더라도 공사 진행 후 실제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글들을 많이 봐서 그런 것들도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우리는 가입 신청 한 바로 다음 주에 공사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정말 모든 것이 평화롭고 순조롭게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평화로운 주말을 맞이하여 호기롭게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날, 집에서 나오자마자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소프트뱅크라는 단어가 언뜻 들려왔다.
순간 무슨 문제가 생겼나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은 금방 전화를 끊었다.
"소프트뱅크 아니야? 뭐래?"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서 시간 없다고 하고 끊었어."
남편의 대답에 순간 답답함이 치밀어올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모르겠으면 그냥 나를 바꿔주지! 말하며 걸려왔던 번호로 다시 전화를 해 보았다.
전화는 닿을 수 없었다. 소프트뱅크는 상담원 전화 연결이 예약제라고 한다. 사이트에 접속해 예약하면 그 시간에 상담원이 전화를 준다고 했고, 황급히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며칠이 지난 날짜에만 예약할 수 있었다.
다행히 채팅 상담 서비스가 가능해서 채팅을 남겼는데 바로 답변이 왔다.
[구내 배선 공사가 완료되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아 개통 절차가 중단되었습니다.]
모처럼 기분 좋게 외출하는 날이었는데, 저 문장을 보자마자 스트레스가 급격히 밀려왔다. 일본에 와서 뭐 하나 한 번에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