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현지인도 어려워하는 일본 인터넷 개통기(4)

일본 생활비가 이렇게 비쌀 줄은 그때는 몰랐다

by 주키

개통 절차가 중단되었다는 답변에 나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당장에라도 항의를 하고 싶었다. 어쨌든 한화 30만 원에 달하는 돈을 내고 공사 후 인터넷을 개통하기로 이미 대리점에 가입 신청을 했는데 갑자기 배선 공사를 운운하며 왜 중단을 시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설치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미 부동산에 문의도 했던 내용이었다.

우리 호실에 인터넷 선이 들어와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때 들은 대답은 그것까지는 부동산에서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해당 내용을 채팅 상담원에게 전달했다.

인터넷 가입 신청을 하기 전에 부동산에 문의를 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 부동산에서 우리 맨션이 후렛츠 히카리 대응 건물이기 때문에 원하는 인터넷 회사에 가입하면 된다고 했다는 것.

그러나 상담원은 완강했다. 배선 공사 여부를 관리 회사에 확인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영화는 그대로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가입 및 개통 신청했던 인터넷 개통 절차는 중단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미 챗 GPT를 통해 몇 날 며칠을 알아보고 또 알아본 끝에 결정한 건데, 다시 알아봐야 했던 것이었다.


우선 문제는 구내 배선 공사가 완료되었는지에 대한 확인이었다. 우리가 사는 맨션에는 따로 관리인이 없었고, 부동산에서 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동산에 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인터넷 구내 배선 공사가 완료되어 있는지에 대한 문의였다.


24시간 대응은 아니었지만 매일 대응이 가능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날 오전에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당사에서 구내 배선공사가 되어있는지는 따로 확인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후렛츠 히카리 대응 건물이므로 원하는 인터넷 회사에 계약하면 되고 벽면에 구멍을 뚫거나 나사를 이용한 공사는 진행하면 안 된다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답변이었다.


이러다가는 평생 같은 것을 물어보고 같은 답변을 받는 일만 반복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소프트뱅크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기로 결심했다. 소프트뱅크 채팅 상담 서비스에 접속해서 부동산에서 안내받은 사항을 그대로 전달하며 내가 뭘 더 해야 하는지 문의했다.


나는 향후 인터넷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문의를 한 거였는데, 채팅 상담원으로부터 온 답변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관리 회사에 대한 확인 감사합니다. 구멍 뚫기 및 나사 뚫기에 대해서는 공사 당일, 업체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계속 공사일을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분명 이 전날 문의할 때에도 똑같은 내용을 전달했는데, 배선 공사를 확인하라는 말뿐이었다. 오늘도 같은 내용을 얘기했을 뿐인데 갑자기 공사일을 다시 조정한단다.


소프트뱅크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인터넷 설치 공사를 하는 것에 대해 관리 회사에 허락을 맡았는지 여부인 것 같다. 그러면 처음부터 배선 공사가 되어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관리 회사에서 허락을 했는지 직설적으로 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어제 내가 똑같이 얘기했을 때 바로 확인 감사하다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사람 피를 다 말려놓았다.


어쨌든 이 일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가게 되었다. 다행히 개통 절차는 그대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 설치 공사를 하기로 한 당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공동현관 벨이 울렸다. 공사 담당자가 9시도 되기 전부터 찾아온 것이었다. 우선 건물의 배전함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우리 집에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공동현관 인터폰을 통해 담당자가 얘기했다.


우리 집의 초인종은 11시가 될 때까지 울리지 않았다. 11시가 되어서야 집 안으로 들어온 담당자는, 집 안에서는 별다른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설마 벽을 뚫게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각오하고 있었는데 담당자가 우리 집에서 한 것은 담당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랜선을 꽂은 후 우리 집에 있는 랜포트에 꽂아 인터넷이 잘 되는지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확인을 마친 후 이제 인터넷을 사용해도 된다고 얘기했다. 이게 공사인가 싶어서 나는 담당자에게 공사가 끝난 게 맞냐고 재차 물었다.

밖에서 1시간 30분 정도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당최 무슨 공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한국 아파트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인터넷을 설치하는 절차와 똑같을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출장비 5만 원도 안 되는 돈만 지불하면 이런 공사와 함께 인터넷 설치가 완료되는 것이다. 일본은 공유기 렌탈료도, 인터넷 월 요금도 한국보다 비싼데 설치비까지 6배가 비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 오기 전에는 일본 생활비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할 거라고 생각했다. 마트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일까.

그런데 직접 와서 생활을 해보니 마트 물가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게 한국에 비해서 비싸고, 한국에 비해서 돈을 내야 하는 명목들이 많다.


어찌 됐든 한동안 내 골머리를 썩였던 인터넷 설치도 고난이 많았지만 무사히 설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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