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기다려지게 하는 선물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던 이브의 밤은 설레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지루함에서 설렘으로 변하는 특별한 날이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어린 시절은 영원하지 않듯, 우리의 마음속에 산타가 사라지며 크리스마스 아침의 선물과 함께 아침을 기다리는 설렘도 서서히 줄어들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사라진 지금, 어른이 된 우리에게 내일을 기다려지게 하는 또 다른 선물은 과연 존재할까?
일요일 아침 눈을 뜨면 늘 아쉬움과 실망감에 빠지곤 한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일요일은 월요일을 향해가는 마지막 휴일이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작을 그런 우울한 기분으로 시작한다면, 소중한 일요일을 우울하게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휴일인 일요일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순 없다. 일요일 아침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할 순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해, 나는 나만의 작은 크리스마스 아침을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토요일에 꽃집을 들리는 것이다.
토요일마다 꽃집을 들려 나는 꼭 ‘꽃 봉오리가 덜 핀 꽃’들을 골라 집으로 데려오곤 한다. 꽃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이나 조마조마하다. 이 약한 꽃들이 바람에 날려 다치지 않을까 하며 품에 조심조심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울면 안 돼”를 외치던 어릴 적 노래처럼, “꺾이면 안 돼”를 속으로 외치며 조심히 내 행복이 되어줄 선물을 품에 안고 돌아온다.
이렇게 조심히 안아 데려온 나의 행복들은 예쁜 화병에 담아, 침대 옆 협탁에 잘 보이도록 올려둔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아직은 작은 꽃 봉오리에 불과하지만, 내일 아침이 되면 이 꽃들은 내 행복이 되어 활짝 피어날 것이다. 일요일의 시간이 흘러갈수록 하나씩 활짝 펴가는 꽃 봉오리들은 일요일의 흘러가는 시간들을 아쉽지 않도록 도와준다. 토요일의 내가 준비한 내일의 나를 위해 작고 소소한 선물이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오랜 시간의 인내가 필요한 냉침 밀크티.
냉침 밀크티는 냉장고에서 12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한 음료이기에, 다음날 아침을 설레게 해 줄 또 하나의 작은 선물이 될 수 있다. 토요일 밤 잠들기 전, 휴일이 하루 남았다는 생각에 우울함에 빠지기 시작하면,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5분의 시간을 들여 내일의 나에게 선물을 준비한다.
뜨거운 물을 끓여, 물 100ml에 설탕 50g을 녹인 후 우유 400ml를 부어 유리병을 닫으면 5분 만에 냉침 밀크티를 완성할 수 있다. 만드는 시간도 적고 방법도 간단하다. 이제 12시간의 기다림만 있으면 된다. 12시간이나 보장된 충분한 수면 후 일요일 낮 느긋하게 눈을 뜨면, 갓 만든 달달한 밀크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주말의 특권인 오랜 수면과 눈 뜬 나를 기다리고 있는 달달한 밀크티가 함께라면 그보다 든든한 주말도 없다.
꽃이 아니어도 좋다. 밀크티가 아니어도 좋다. 내일의 나를 위해 남겨둘 수 있는 작은 선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일요일마다 입을 예쁜 잠옷을 머리맡에 두거나, 좋아하는 간식을 토요일에 사와 내일의 나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작고 소소한 것이라도 나만의 취향을 가진 선물을 찾는다면, 적어도 일주일 중 하루는 보장된 행복과 설렘을 가진 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며 산타는 잃었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들은 무척 넓어졌다.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설렘 가득한 동심의 세계는 잃었지만, 어른이 되며 우리는 만들어진 세계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고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랐다. 어쩌면 산타가 사라진 것은 우리는 산타보다 더 멋진 어른이 스스로 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어떤 세계를 선물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산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