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모든 순간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방법
에어팟 프로를 구매하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처음 이용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퇴근하고 나서 버스와 지하철 안은 늘 사람들의 대화 소리, 차의 경적 소리, 덜컹거리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전날 구매했던 에어팟을 꺼내 귀에 꽂으며 ‘스포티파이’ 음악 앱이 추천해 준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순간 나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 이 메시지를 전했다.
“나 스포티파이가 추천해준 플리 프로로 듣고 있으니까, 누가 내 인생에 브금 깔아준 것 같아.”
“와 그거 노이즈 캔슬링 광고 카피로 써도 될 듯” (친구가 실제로 했던 말이다.)
처음으로 음악의 힘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늘 영혼 없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가는 것 마냥 버스에 실려 다니던 내가 처음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띠었던 순간이었다. 주변의 소음들이 사라지며, 이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듯 내 인생을 위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흔히 로코 영화를 보면 평범하게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하는 순간에 그 순간에 어울리는 브금이 흘러나오곤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순간들에 저절로 노래들이 흘러나오거나 하지 않아 참으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나도 영화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누군가 내 순간에 노래를 재생시켜 주진 않아도, 내가 내 순간에 적절한 노래를 틀어주면 영화처럼 내 세상에서 내가 주인공인 순간을 살아갈 순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감정 없이 이동수단에 실린 채 지나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던 출퇴근 시간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세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각난다. 무의미하게 여겨졌던 순간에도 가치를 부여해 준 것이 음악이었다. 마음속에 남아있던 작은 감정을 끌어올려 준 것이다.
음악은 그런 힘이 있다. 작은 감정이라도 잡아내어 그것을 극대화시켜주는 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힘. 그래서 나는 그런 음악의 힘을 빌려 내 세상 속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른 새벽, 혼자 눈을 떴을 때 그 순간의 센치함을 즐기고 싶다면, Enlighten me - Room306 노래를 듣곤 한다.
활기차고 싶지만, 게으름이 고개를 내미는 주말 아침에는 Living For the summer을 틀어 몸이 들썩거리도록 만들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노을 진 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센치한 기분을 느낀다면 아이유의 에필로그 노래를 들으며 순간을 만끽하곤 한다.
이처럼 나는 내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들을 하나하나 찾고 있다. 내 인생의 특정한 순간에 적절한 음악이 있다는 것은 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다. 그저 흘러가는 순간도 적절한 배경음악이 존재한다면 그 순간은 아주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던 순간에 가치를 끌어올려 줄 음악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보물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생의 순간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 순간에 어울릴 음악을 붙여준다는 것, 그 순간에 음악의 제목으로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그저 퇴근길로 불리던 순간들에, 단순히 이른 새벽이라 불리던 순간들에 어울리는 음악의 제목으로 이름을 붙여주며 이름과 함께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종종 특정한 순간이나 감정을 한 마디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종종 맞이하곤 하는데, 그러한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이름을 지어준다면 순간을 기억하기 훨씬 쉽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음악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나는 어울릴 음악을 찾기 위해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그런 나에게 아주 적절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이다. 최근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을 보면 음악과 어울리는 상황이나 분위기를 연결 지어 제목을 짓는 경우가 많다.
“혼자 보내는 조용한 연말”
“봄에 마시는 낮술은 이런 느낌 일 거야”
“방도 어수선한데 무슨 생각을 정리를 해”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와인 한 잔”
내가 어떤 순간에 있느냐를 유튜브에 검색한다면 그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를 골라 들으며, 순간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듣다 보면, 내 순간에 어울리는 곡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떤 순간에 있고, 어떤 작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가볍게 돌아보며 노래를 탐색해보자.
한마디로는 표현하기 힘든 순간들이기에, 그 순간을 음악에 담아 만끽해본다. 내가 살아가는 순간들을 만끽하기 위해, 순간에 적절한 음악을 찾아보자.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순간 속에서만큼은 내가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의 지금 이 순간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