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차가운 봄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차가웠던 코끝이 미적지근한 봄햇살에 녹아 달달했던 낮잠에서 깬다. 지난겨울 이런저런 삶의 무게에 무거워졌던 몸이 봄바람에 녹아 제법 가벼워졌다.
‘봄을 맞을 준비는 아직 덜 되었는데..’
언젠간 떠날 것이 떠났듯이 어차피 찾아올 것이 찾아온 것뿐인데 괜한 봄을 탓한다.
가까스로 몸을 끌고 집 밖을 나와 한강을 향해 걷는다.
해가 찬란히도 떠 있고, 하늘은 서글플 정도로 맑은 날.
하루는 한참 전에 시작된 오후 3시 어정쩡한 그 시각.
퇴근 시간 이후 저녁 시간대의 한강은 익숙하기만 한데 오후 3시의 한강은 왜인지 흥미롭다. 무언가 애매한 그 시간대에 천천히 걷는 사람들에게서, 흘러가는 강물에서, 부는 바람에서, 내리쬐는 햇빛에서 남다른 여유가 느껴진 달까. 서울이라는 도심 속 한강이라는 이유에서 일까.
한참을 걷다가 처음 보는 이름 모를 꽃 앞에서 물끄러미 서있다. 어여쁘게도 피어나 발걸음을 기어코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는 이름 모를 꽃 앞에서.
코로나 19라는 이 성가신 바이러스에 온 세계가 잠겨있는 사이에도, 모두의 일상이 갇혀있는 사이에도, 이름 모를 이 꽃은 참으로 예쁘게도 피었구나. 이내 곧 져버릴 거면서 눈이 부시게도 피었구나. 한참을 쳐다보았다. 핀 꽃 옆에 지는 꽃도 들여다보다 지는 꽃도 아름답구나.
나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사이, 세계와 함께 잠겨 버린 사이 참 많이도 어둑어둑해지고 곪아 버렸는데. 그 곪는 내 모습이 싫어 방구석에 꽁꽁 숨겨두었는데. 난 곪은 게 절대 아니라며 설명하기 바빴는데. 꽃 너는 지나 피나 예쁘구나. 그저 바람이 부는데로 흔들거리는 너는 참 예쁘구나. 오늘 애쓰지 않는 꽃을 보며 다짐을 했다.
꽃처럼 향긋한 삶이되
지지 않는 꽃으로 보이려 힘쓰지 않을 용기를 갖으리라고.
꽃처럼 아름다운 인간이되
꽃이 진 시간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을 여유를 갖으리라고.
지는 꽃도 황홀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