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윤아 Nov 08. 2023

시골 토끼 도시 토끼

내가 좋아하는 동화 중에 ‘시골 토끼 도시 토끼’라는 책이 있다. 시골에 사는 토끼가 도시에 사는 친구를 찾아 도시에 놀러 간 이야기를 담은 동화인데, 웃픈 에피소드 안에 진한 교훈을 담았다.


시골에 사는 토끼가 도시에 사는 토끼를 보기 위해 도시를 찾았다. 도시에 사는 토끼는 기쁜 마음에 시골 토끼를 위해 도시 관광을 시켜주었다. 도시 토끼가 좋아하는 빵집에도 데려가고, 미술관에도 데려가고, 지하철을 태워주기도 하고 높은 빌딩, 백화점, 파티까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보여주기 위해 분주했지만 마치 패키지 관광처럼 일정이 바빠서 둘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골 토끼가 사라져 버린다. 그냥 내가 사는 도시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도시 토끼는 슬퍼했다. 한참 뒤에 만난 시골 토끼는 도시 토끼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도시를 보러 온 것이 아니야.
너를 보러 온 거야.


내가 사는 도시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도시 토끼와 너를 보러 온 거라는 시골 토끼. 서로를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 누가 나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감정을 표현한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 상대방의 생각을 고려하지 못한 대한 부족한 배려였을까.


나는 가끔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이 있거나 누군가에게 실망했을 때 이 책을 생각하곤 한다.


바로 오늘 같은 날. 나와 함께 오래 일한 후배가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은 최근 잦은 실수에 내 감정이 예민해져서 모진 말을 쏟아내고 말았다. 그녀의 사정은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 말을 늘어놓아 상처를 주고는 금방 후회를 했다. 같은 말은 해도 부드럽게 조언을 해줄 때 스스로 감정이 성숙해졌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스스로 갈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내 눈높이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내면을 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건
서로 솔직할 수 있는 마음이겠지?


시골 토끼가 도시 토끼에게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더라면, 도시 토끼가 시골 토끼에게 의견을 물어봐 줬다면 둘은 더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때로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끄적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