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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윤아 Oct 24. 2023

사랑밖에 난 몰라

사주 수업을 받던 어느 날, 선생님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셨다. ​


“K 님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가요?”

“음... 사랑밖에 난 몰라?”​


당시 37살이었던 내 입에서 의외의 노래가 툭 튀어나왔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에피톤 프로젝트, 노래방에서는 아이유의 감성 가득한 노래를 즐겨 부르면서 뜬금없이 심수봉의 노래를 답하다니... 선생님의 질문만큼이나 황당한 내 대답에 수업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아하는 노래를 물으셨는데, 정말 다양한 노래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선생님은 가끔 무의식을 점괘랑 연결 지으실 때가 있다. 바로 이런 경우다. 어떤 상황을 생각하며 책장을 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단어가 해결책이라든지, 지금 생각나는 단어를 묻고는 현재 처한 현실과 연관 지어 말씀하시곤 했다. 대신 대답은 고민할 새 없이 바로 떠오르는 것을 말해야 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물은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나 가사를 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를 알 수 있다고. 고로 나는 제목에서 바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랑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재미로 한 테스트 같았지만 온몸에서 소름을 느꼈다.


나는 가톨릭 성경 중에 ‘사랑의 송가’를 제일 좋아하고, 엄마와 노래방에 가면 ‘사랑밖에 난 몰라’를 같이 부르는 사랑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가치는 결핍과도 연관이 있다.


"사랑....."

이 순결하고 고귀한 단어는 내 평생 가장 갖고 싶은 소망이고 평생의 숙제다. 30대 초반, 신이 내게 유일하게 허락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6년의 짝사랑은 해바라기처럼 바라만 보다 꽃이 꺾였고, 사랑해서 한 결혼은 사랑이 빠져나가 나에게 결핍을 남겨준 것이다.

지금 나는 마음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걸 미처 몰랐던 20대를 지나, 제대로 주는 방법도 받는 방법도 서툴렀던 30대의 끝자락에 서있다. 아직도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면서 마음에 희망을 품고 있다고 하면 철이 없다고 비난받을 일일까.


​중요한 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의 가치가 중요한 나는, 말년에 손을 꼭 잡고 의지하는 노부부처럼 사랑하는 마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노년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하느님 밀씀 전한다 해도 그 무슨 소용 있나

사랑없이는 소용이 없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 가톡릭 성가 46번 [사랑의 송가] 중에서


"여러분은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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