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마에게 친한 아줌마가 있었다.
우리 집에서 2분 거리에 사셨는데 나는 이 아줌마가 정말 싫었다. 동네에서 그 아줌마가 담배를 피우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몇 번 봤다. 그래서 나는 세상 착한 우리 엄마가 그 아줌마와 친하게 지내는 게 너무 싫었고 엄마가 물들까 봐 걱정이 많았다. 보통 엄마가 중학생 딸이 나쁜 친구를 어울릴까 걱정해야 하는데, 우리 집은 반대였다. 나는 엄마에게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말라고 화를 냈다.
하지만 의아했던 건 그 아줌마가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는 그냥 보통의 평범한 아줌마였다는 것이다. 장사를 하느라 늘 집에 있는 엄마를 찾아와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가곤 했는데, 내가 하교할 때 집에 아줌마가 있으면 싫은 티를 많이 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그 아줌마가 싫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걱정거리가 말끔히 사라졌다. 엄마의 질 나쁜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친구를 잃었다. 당시 동네에 흉흉한 소문이 많이 돌았고, 엄마는 울음을 참았다. 그때 엄마의 나이가 40대 초반, 그러니까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한 나이였다. 나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엄마와 비슷한 나이가 되고 보니 알 것 같다.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었던 엄마에게 창구가 되어준 친구를, 하루아침에 잃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이면 가끔 그 아줌마 생각이 난다. 그리고 내 외로움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본다. 아마도 그때 두 분은 서로에게 유일하게 모든 말을 터놓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아줌마가 우리 집에만 오면 보통의 주부처럼 평범한 아줌마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이란 외로움을 견디거나 타인을 견뎌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우리 엄마는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면서 살았을까? 엄마가 보고 싶은 날이다.
엄마 친구도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계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