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의'에 대한 짧은 글을 썼다. 어제에 이은 '회의'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오늘 일어난 따끈따끈한 일이다.
오늘 정기 회의는 대표님이 참석하는 마케팅 부서의 전략회의였다. 재무팀은 회사의 숫자를 다루는 부서이기 때문에 매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매출 정산을 진행하는 것은 기본, 매출 숫자를 집계해서 손익계산서를 만들고, 그 숫자로 유의미한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또 현재 숫자를 바탕으로 미래 숫자를 예측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이판과 사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케팅 부서의 현황 파악도 중요한 일에 속한다. 그래서 나도 이 회의의 필참자가 됐다.
회의가 시작되면 마케팅 부서 대장이 전체 매출 현황과 올해까지 매출 예상, 내년 계획 매출과 달성률 예상을 발표한다. 그 이후 팀별로 현재 제안 중인 광고주 현황, 진행 중인 광고주 이슈, 팀원 리소스 현황을 보고한다. 매주 진행되는 회의이므로 혼선 없이 착착착! 매끄럽게 진행됐다. 하지만 의미 있는 회의가 아닌 현 상황을 브리핑하는 수준이다. 역시 대표님 표정이 좋지 않다.
‘나 오늘 점심 약속 있어서 12시에는 나가야 하는데...’
마음속 혼잣말에 불안함을 직감한 내 촉이 말한다.
‘오늘은 틀린 것 같아....’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11시 50분쯤 준비된 쇼가 끝나자 난데없는 대표님의 앵콜이 이어진다. 일단 텍스트만 수십 줄,,, 그 수십 줄을 구두로 읊기 시작하니 한 줄에 잔소리 수십 마디가 추가되어 걷잡을 수 없다. 대표님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본인 마음만큼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하라는 대로만 해도 부족한데 10가지를 말하면 1가지를 할까 말까 하니, 그 답답한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하! 지! 만! 우리는 근로자지, 대표가 아니다. 근로자에게 대표 마인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거나, 충성심을 가질만한 당근이 있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 아닐까.
대표님의 폭주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고... 마무리 조짐이 보일 즈음 누군가 브레이크를 건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거나, 상대가 충분히 인정할 만한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것이 해답이건만,,, 어리석은 중생 한 명이 회의의 수명만 연장시키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대의 억울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번에는 틀렸네’ 레이저를 한번 쏘아보지만 소용없는 일. 그러면서 회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근데 나 이거 전체 공개로 등록해도 되는 거야?
회사 사람이 보면 어떡하지....
이렇게 또 노동자는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