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
분짜
반쎄오
쌀국수만큼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이 또 있을까? 뜨끈한 육수에 쌀면을 말아 먹는 쌀국수는 전날 과음을 했거나 찬바람이 불 때 간절히 생각나곤 한다.
나 또한 뜨끈한 국물을 좋아하는 '아재 입맛'이라 쌀국수를 즐겨 먹곤 한다. 하지만 작년 여름부터 즐겨 찾는 베트남 음식이 있는데 바로 '분짜'다. 집 근처에 베트남 음식점이 있는데 이 집의 '분짜'가 아주 별미다. 하노이 음식인 분짜는 '분'이라는 아주 얇은 쌀국수를 새콤달콤한 국물에 담갔다가 꺼내 먹는 국수로 먹는 방법으로 치면 우리나라의 메밀국수와 비슷하다. 국물은 느억 맘(Nouc Mam, 베트남식 액젓)을 베이스로 라임즙과 설탕을 더해 새콤달콤하면서 동시에 쿰쿰하다.
쌀면과 채소잎을 젓가락으로 집어 소스 그릇에 살짝 담군 후 호로록 입 안에 넣는다. 바로 고기 몇 점을 입에 따로 넣어 씹으면 새콤하고 쿰쿰한 소스의 맛과 싱그러운 푸성귀의 맛 그리고 감칠맛 나는 돼지고기 볶음이 조화를 이룬다. 분명 계속 먹고 있는데도 먹을 수록 몸이 가벼워 지는 맛이랄까. 냉장육을 쓰는지 고기도 신선하고 아주 부드럽다.
이 집에서는 베트남식 튀긴 만두인 '짜조'도 별미다. 짜조는 라이스페이퍼 위에 고기와 채소를 다져 만든 만두소를 넣고 말아 기름에 튀겨낸 음식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라이스페이퍼가 아니라 춘권피로 만든 반조리된 상태의 짜조를 내놓는데 이 집은 직접 만들어 낸다. 짜조를 매운 고추를 잘게 썰어 넣은 느억맘 소스에 푹 찍어 먹으면 나도 모르게 외치게 된다.
"여기 사이공 한 병 주세요."
이 집의 사장님은 직접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는데 바짝 깎은 스포츠 헤어스타일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 깔끔한 성격이다. 마감 시간에 마지막 손님으로 방문한 적이 있는데 주방을 마감하시는 모습을 보게 됐다. 조리대부터 가스레인지대까지 세제로 열심히 닦고 물로 청소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이 집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겠다라는 무한 신뢰가 생겼다.
아직 베트남을 가보지 않아 현지의 맛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신선한 재료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라는 점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언젠가 베트남에 방문에 즐겨 찾던 이 메뉴가 본국의 맛과 얼마나 비슷하고도 다른지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