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놓고 먹다가 땅을 치며 후회할..
[아침]
황도와 애플망고
여름의 과일들이 곧 사라지겠지.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은 매번 아쉽다.
[점심] 소리원
삼선고추짬뽕밥 8,000
지난번에 왔을 땐 삼선 간짜장과 탕수육을 먹었다. 간짜장은 기름에 잘 튀긴 춘장과 야채들을 잘 볶아낸 담백한 맛이었다. 전분물을 많이 써서 되직한 느낌 없이 깔끔하고 구수한 짜장 소스가 나와 매우 인상 깊었다. 탕수육은 감자전분에 바삭하게 잘 튀겨내기도 했고 돼지고기 두께가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알맞았다. 짬뽕은 어떨까 싶어 시켰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럭키. 기름진 육수에 불맛이 과하게 나는 짬뽕은 좋아하지 않는데 깔끔한 육수에 고추의 알싸한 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짬뽕이었다. 새우, 오징어, 굴 등이 넉넉히 들어가 있어 건더기를 골라 먹는 맛도 있었다. 다른 곳은 짬뽕밥을 시키면 면 대신 당면을 좀 넣어주는데 이곳은 면 대신 계란을 풀어줬다. 계란 푼 짬뽕밥은 처음이라 나름대로 이것도 만족. 맵기도 잘 맞았는데 캡사이신이라든가 말린 쥐똥고추 같은 고문 재료를 쓰지 않고 생 청양고추만 송송 썰어 매운맛을 냈다. 혀에 불이나 물만 들이켜는 맛이 아니라 구레나룻 옆에 땀이 송글 하고 입술 주변만 후끈할 정도로 맛있게 매웠다. 다음엔 다른 요리들을 먹어봐야지.
[간식] 청주오믈렛
생크림 오믈렛 15EA 5,500
도대체 청주 오믈렛이 뭔데 그러나 싶었다. 매장도 없이 주문 제작으로 배달해 주는 빵으로 시작해서 서울에만 여러 개의 매장을 두고 판매하는 청주 오믈렛. 내가 아는 오믈렛은 조식 뷔페에서 먹는 달걀 오믈렛인데 빵 이름이 오믈렛인 게 희한했지만 그래도 너무 자주 보이는데 한 번은 먹어봐야 할 것 같았다. 점심 먹은 중국집 옆에 간판이 보여 식사 후 방문. 열다섯 개들이가 5,500 원이라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가장 기본인 생크림 오믈렛을 먹어봤다. 빵을 반으로 접어 그 사이에 생크림을 얹고 설탕물에 불린 건포도를 하나씩 올려두었다. 먹어보니 시판 중인 카스타드 빵 맛이 났다. 생크림은 달지만 싫지 않은 정도.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한 입에 넣어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생각나서 다시 찾을 맛이라기보다는 친구 집에 방문할 때 하나 사들고 가 커피와 함께 먹으면 그럭저럭 누구나 만족할 맛이다. 우리밀도 들어갔고 방부제와 색소도 안 들어갔는데 15개들이에 5,500원은 너무 싼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간식] 재현빨간오뎅
물떡 500
어묵 500
어렸을 때 아버지나 어머니가 집에 사 오시던 튀김과 오뎅이 참 맛있었다. 그 입맛은 지금도 여전해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리지 않고 오뎅을 찾아 먹는다. 삼진어묵이 전국으로 진출하기 전에도 부산을 찾을 때면 항상 들러 여러 그 자리에서 오뎅을 몇 개 먹고 포장까지 해 숙소에서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곤 했다. 사는 곳 주변에는 맛있는 오뎅집이 어딘가 수소문해서 기어코 찾아가 먹어보기도 한다. 추천을 받아 가본 이 오뎅집은 오뎅에 빨간 떡볶이 양념과 파를 듬뿍 올려 종이컵에 담아 준다. 반가운 물떡도 있다. 부산 이외에 물떡을 파는 곳은 오뎅바 외에 처음인 것 같다. 사람들은 빨간 양념을 좋아하지만 내 입에는 좀 달아 나는 간장 양념을 달라고 했다. 간장에 파, 마늘, 고춧가루를 개어둔 기본 간장 양념이다. 오뎅이든 물떡이든 간간한 것이 참 입에 맞는다. 오뎅을 보고 있노라면 겨울이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번씩 해본다.
[저녁] 나고미
숯불꼬치5종 15,000
타코와사비 10,000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7,000
집 앞 이자까야. 평일 저녁에도 꽤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오늘 처음으로 방문. 야끼도리류가 땡겨서 꼬치 5종과 타코 와사비 주문. 이자까야는 야끼도리, 가라아게, 타코 와사비가 맛있으면 딩동댕이라고 생각한다.
타코 와사비와 오이, 양파 썬 것을 함께 내주었다. 종지에 주면서 8~9,000원을 받는 곳보다 양도 넉넉했다. 무엇보다 직접 만든 것 같은 맛이 났다. 와사비가 좀 더 들어가 주면 좋으련만 싶었으나 와사비 성애자인 내 입맛에만 그렇겠지 싶었다. 야끼도리는 소스 없이 모두 소금구이 형태로 구워냈다. 속이 촉촉하고 간이 짭조름하게 배어 있어 맥주 안주로 손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