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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 Sep 25. 2018

생애 첫 도가니탕

내가 생각하는 으른의 맛

[아침]

수제 요구르트와 복숭아 넥타


제주 목장에서 나는 우유로 만든 수제 요구르트가 있다. 첨가물도 없을뿐더러 과하게 달지도 않아 종종 사 먹는다. 얼마 전에 만들어 둔 복숭아 넥타를 몇 조각 올려 함께 먹었다. 수제에 수제를 더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점심] 푸주옥 도남점

도가니탕 17,000


도가니탕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다. 설렁탕보다 더 영양분이 많다는 건 알지만 한 그릇을 온전히 시켜 먹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가니탕을 시켜도 고기 몇 점은 올려주겠지 싶었는데 정말 고기 하나 없이 올 도가니만 있었다. 국물이 식기 시작하자 겉 표면에 젤라틴이 형성되는 게 보였다. '100% 사골과 도가니로 끓여 식으면 묵이 됩니다'라는 홍보 팻말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식감은 나쁘지 않았으나 고기의 식감 없이 흐물흐물 젤라틴만 씹고 있자니 좀 지겨워졌다. 국물도 진해서 먹으면 먹을수록 입에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좀 느끼한 느낌. 그나마 깍두기와 김치 덕분에 한 그릇 클리어할 수 있었다. 김치는 젓갈 냄새가 아주 콤콤하게 났는데 이걸로 김치찌개를 끓이면 대박이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도가니탕을 먹었다.  

[커피] 바람벽에 흰 당나귀

브라우니+커피세트 13,000


종달리의 디저트 가게를 가다가 도착시간 즈음엔 디저트가 모두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동복리쯤에서 갈 곳을 찾았다. 폐건물에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본 동행인이 한 번 들어가 보자고 해서 봤더니 여기가 바람벽에 흰 당나귀 건물. 아, 사람들이 말한 곳이 여기구나. 지인들로부터 뷰가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곳 커피가 맛이 없으리라는 사실을.. 그래도 동행인이 바다뷰에 입을 벌리고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이런 곳도 한 번쯤은 괜찮겠지 싶어 커피와 브라우니를 주문했다. 커피 맛 대신 동복리 앞바다 맛이 참 좋았다.

[저녁] 0620와흘

바지락 사케찜 8,000

오뎅 세트 6,000

명란구이5,000

모찌리두부 5,000


와흘리에 일본인, 한국인 두 부부가 운영하는 이자까야가 있다고 해서 가볍게 저녁으로 먹을 겸 방문해 봤다. 사는 집 옆에 주방과 바를 둔 건물을 두고 운영하는 작고 아담한 가게였다. 바에는 10개 남짓의 의자가 있었고 바 테이블 아래에는 가방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둔 배려가 귀여웠다.


먹을 수 있는 안주는 대략 10개. 그날 그날 재료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았다. 어제 만화방에서 읽은 심야식당에 나온 바지락 술찜과 명란구이를 시켜봤다. 안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오뎅 세트도 시켰다. 오뎅과 무, 곤약이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무가 아주 푹 익어 맛있었는데 이틀을 끓여 그렇다고 했다. 역시 맛있는 건 평범하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지락 사케찜은 간간하게 맛있었으나 해감이 덜 됐는지 모래가 좀 씹히는 조개가 너댓 개가 있었다. 문제는 명란구이였는데.. 심야식당에서 본 명란구이 에피소드는 순정의 스트리퍼가 힘들 때마다 찾아와'명란구이 미디엄 레어!'를 외치는 내용이었는데, 나중에는 모두 명란구이라는 말없이 '미디엄 레어!'로 주문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시킨 명란구이는 웰던으로 오버 쿠킹 되어 하나를 먹고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냥 두기에는 아까워 조금 덜 익은 부분을 젓가락으로 찾아 먹었는데 나중에 보니 음식을 헤집어 놓은 꼴이 되어 민망했다. 짠 입맛을 중화시키려고 유자 사케 한 잔과 모찌리 두부를 시켰다. 생 유자를 갈아 넣은 것 같은 상큼한 맛의 사케와 달달한 모찌리 두부가 입맛을 정리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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