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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양연화 Sep 16. 2020

늦었지만 꼭 하고 싶은 말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언어가 부족한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얼마 전 영화 69세 리뷰 기사를 썼다.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는 이 영화를 만든 임선애 감독에게 '박남옥상'을 선정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때마침 나온 내 리뷰 기사가 포털 영화면 메인에 며칠 동안 걸려있었다. 그 글은 나의 브런치와 연결이 되어있어 많은 사람이 링크를 타고 들어왔다. 몇 분이 댓글을 달기도 했는데 이 글은 그분 중 한 분에 관한 이야기다.    

 

하루에 한 번은 내 브런치에 들어가 댓글을 단 분들에게 바로바로 답글을 쓰는 편인데, 그분의 댓글에는 숨이 멎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분은 내 글을 얼마나 울면서 읽었는지 모른다며, 자신은 과거에 성폭행 피해자였고,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지금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린 딸에게까지 강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이어, 가슴 아픈 자책의 말들이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샤워할 때도 그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찼다. 섣부른 위로도 어설픈 공감도 아닌 내 진심을 전달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내 언어가 도무지 짧았다. 그런 채로 시간이 흐르고 난 대답을 준비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그분의 댓글이 삭제되고 없었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목까지 차올랐다. 이런 바보, 멍청이! 바로 무슨 말이라도 했어야지! 그 흔한 위로의 말 ‘it`s not your fault.’라도 했어야지! ‘힘내!’라는 말도 있잖아! 작가병 걸렸어? 뭐 그리 대단한 말을 하려고 꾸물거린 거야! 위로도 타이밍인데. 내 마음에 지진이 일었다.


     

다른 분들의 글에는 답글을 바로 달았는데 그분의 글에 침묵으로 일관해 혹여라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으셨는지. 어렵게 털어놓은 자신의 아픔이 공감받지 못해 속이 상하셨다면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당신이 털어놓은 아픔의 한자락을 꼭 쥐고 있었다고, 진심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고 전하고 싶다. 이름이라도 기억하면 그분 브런치에 찾아가 글을 남기련만, 죄송하게도 미련한 기억력은 사용하지 않은 A4용지같이 하얗기만.      


책상에 멍하게 앉아 내가 준비한 몇 줄의 글을 보았다. 공들여 화장하고 무심하게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척하는 셀카를 찍어놓은 거 같았다. 부끄러웠다. 행여 누가 볼까 영구히 지워버렸다.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아파한다 해도 그에 맞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함을 고백한다. 사랑이란 말이 흔해도 사랑을 고백할때 사랑한다고 말할수 밖에 없는 것처럼 흔하지만 진심이 어린 위로의 말. 늦었지만 그분께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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