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느새 49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by 새벽의맑음

나의 강아지가 하늘나라에 간지 49일이 지났다.

사람은 죽으면 7번의 심판을 거쳐 환생을 한다고 7번 제사를 지낸다던데

천사 강아지는 힘든 심판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천국에 가지 않았을까 싶어

49재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교를 믿는 것도 아니면서도

괜스레 마음 한편이 완전한 이별 같아 아려온다.


49재 바로 하루 전이 내 강아지의 생일이었던 것도 재미있다.

태어난 날과 환생하는 날이 하루 차이인 강아지,

우스개로 마지막까지 생일상을 차려먹고 가는구나라고 말하긴 했지만

한편엔 조금만 더 견디다가 생일상 한 번 더 해 먹고 가지 싶다가도

그럼 힘든 날이 더 길어졌겠구나 싶어 차라리 훌쩍 잘 떠났다 싶기도 하고

수차례 마음이 변한다.


나는 사실 마음이 많이 정리가 되었다.

정리가 되었다는 말이 우습긴 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제법 울음을 참을 수 있게 되었다.

울자면 울겠지만 굳이 울지 말자고 생각하면 울지 않고 내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환경적인 부분도 많이 바뀌고 준비할 일들도 생겨나면서 정신이 없고,

그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슬픔을 묻어둘 수 있게 된 것도 있다.

그래, 나는 그렇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하다.

여전히 웃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집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마음껏 울어, 더 많이 슬퍼하라 생각하면서도

너무 많이 우는 것이 걱정되어 하루빨리 슬픔이 무뎌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아마 쉽지 않을 것 같다.


일상이 온통 노견으로 가득 찼던 엄마의 삶은

되돌릴 수 있는 일상이랄 것이 없다.

평범한 일상이 온통 노견과 함께였기에

되돌릴 일상이 없어 계속 도망칠 수밖에 없다.


49일이 지났다.

엄마의 슬픔은 계속해서 깊어진다.


49재,

그 시간을 견뎌 새로운 것으로 환생한다면 내 강아지는 무엇으로 태어날까?


강아지는 너무 순수해서 다시 강아지로 태어난다던데

모쪼록 외롭지 않은 가장 밝은 강아지로 태어나 사랑 가득 받기를,

사랑 많은 주인과 행복하게 산책하다가 우연히 산책길에 마주친다면

세차게 꼬리 한 번 흔들어주기를,

잘 지낸다고, 건강하다고, 행복하다고.

새로운 삶이 제법 나쁘지 않다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