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흐르지 않는 복도
숨어 있던 먼지들이
스스로를 삼킨다
나는 걸음을 멈춘다
벽 틈의 눈이
내 숨을 따라
가만히 깜박인다
기억은 회색으로 녹슬고
플래시는 불시에
내 얼굴을 핥듯 스친다
문틈에 놓인 구두
이별의 소리가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손목 위 맥박은
빛에 닿자
사소한 고백처럼
살짝 떨린다
나는 듣지 못하고
그 눈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작은 눈짓이
비밀처럼 맞닿는다
그것만으로도
빛은 조용히
울렁인다
기록은
잉크처럼 번지고
나는
아무것도 본 적 없는 눈으로
조용히
그 눈을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