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점멸하는 숨결
전선처럼 목을 감은 숨
지하로 꺼진 얼굴들 위로
흐르지 못한다
불빛 아래
눈꺼풀은 얇은 유리 같아
모서리가 마른 시간처럼 부서진다
기계의 손끝에서
생각은
환자처럼
하얗게 움츠러든다
누군가의 귀에
음악이 걸려 있다
갈라진 멜로디 틈새로
낡은 열기가 새어나온다
아무 말도 닿지 못한 입술 위
작게 솟은 마음 하나
스치는 눈빛 아래
분노가 끓는 혈관을 적신다
사랑은
언제나 고장 난 전류 같아서
꺼내지 못하고
흘러가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손끝에서
작은 열기가 번진다
바람조차 숨죽인 통로 한가운데
기계음과 기침 사이로
누군가의 눈동자 속
세상은
금속 냄새가 날 만큼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