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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 Jo Mar 11. 2024

휘영-청 대보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대보름날 좋은 행사가 있다는 구미가 당기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충무로역까지 카메라배낭과 삼각대를 들고서 힘든 줄도 모른 채 함께였다.

남산골 한옥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한 낮이었는데 임시텐트에서 부럼 나눠주고 귀밝이술도 나눠주는 행사도 하고 있었다. 조그만 비닐에다 호두 2개 밤 2개 땅콩 몇 개씩 담아놓은 걸 보았다. 줄 서서 받자마자 껍질이 부드러운 땅콩을 부스여서 먹었다.

한 스푼의 술을 작은 컵에 따라 놓으면 한잔씩 가지고 와서 마셨다. 소원을 노란색 쪽지에 적어서 접어서 줄줄이 묶었다.

줄 서서 큼지막한 윷놀이 던지는 것도 하고 링을 던져서 고리에 집어넣는 전통게임도 하는 모습들이었다.


이곳저곳을 사진 찍고 다니다가 남산골한옥의 지붕이 모두 보이는 높은 곳에 올라갔다. 소나무잎이 약간 가렸지만 한옥마을 지붕을 드론처럼 사진도 찍었다.

추우니까 패딩을 입고서 농악대가 리허설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많은 관중이 "몇 시에 시작해요" "6시예요"



사진동호회분과 삼각대를 세워서 자리를 잡았다. 남산타워가 보이는 옆자리에도 삼각대 위 카메라들이 줄지어서 준비하고 있었다.

날씨는 쌀쌀함 그리고 눈발도 약하게 날렸다. 가만히 서있기는 추운 날씨였다. 드디어 달집눕혀서 10명이서 들고서 운반하고 나왔다. 형광색의 조끼를 입고서 하는 모습이었다.


모두들 추운데 기다렸더니 농악대가 옷차림을 갖추고서 나왔다. 쿵더쿵쿵더쿵 부드러운 장구 날카로운 꽹과리소리를 동반하고 등장했다.

농악대의 공연은 30분 이상 진행되었다. 춤추면서 상모 돌리기... 돌사위.

사람키의 3배는 되는 두 개의 깃대 무게를 허벅지로 버티며 대형깃발 돌리기 기접놀이 등등의 멋진 공연이 흥미로웠다.


이런 모습을 사진 찍느라고 바빴다. 날은 어둡지 조명은 왔다 갔다 하고 농악대는 계속 움직이며 하는 걸 포착해야 하니 내심 침착해야 했다.

그 분위기에 젖어들면 사진 작업의 방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카메라 뷰파인더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느라고 완전히 공연을 즐기지는 못했어도 남산골 한옥에 어울리는 분위기 아주 좋은 공연이라는 느낌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우선 주위에다가 커다란 호스로 물을 뿌렸다. 바닥에 물이 흥건할 정도였다. 달집을 태울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불씨가 날리기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안전이 우선이라고도 방송했다. 액체를 달집 안쪽에 바깥쪽에 뿌렸다. 드디어 불을 붙이자마자 달집이 불타올랐다.


농악대가 타는 달집 주위를 돌며 다시 축하공연을 하는 듯했다. 거의 5분 정도 지나자 활활 타오르고 뼈대만 보이더니 뒤에 복장을 갖추고서 소방대원 2명이 나타났다. 자 이제 불을 끕니다 방송하더니 순식간에 소화기 같은 걸로 불을 끄고 주의를 정리했다.

대보름날 달집 태우기의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담은 카메라도 배낭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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