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솔로 4집
마음속 응어리.
심장을 찍어 누르는 덩어리.
한동안 그 어떤 것으로도 풀리지가 않아, 가슴을 때리고 내리치다, 결국 한 올 한 올 긁어 내린 날.
"네 마음, 내가 알아."
속삭이며 다가온 노래.
김윤아 4집, '키리에(Kyrie), ' 그리고 '강.'
가톨릭 미사 중 기도문,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Kyrie Eleison)'에서 차용한 제목에 이끌려 듣게 된 노래.
첫 소절,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를 듣는 순간, 지금껏 버텨온 내 마음의 마지노선이 여지없이 다,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KlxmQ6y4LU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가슴 안에 가득 찬 너의 기억이, 흔적이
나를 태우네, 나를 불태우네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 봐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차라리 지금 이대로 눈을 감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술 몇 잔에도, 지인의 따뜻한 위로에도, 무너지지 않게 끝까지 부여잡고 있던 내 감정의 근간이 그녀의 노래로 한 줌 부스러기가 된 순간, 나라는 존재가 어둡고 깊은 물속으로 꺼져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켜내고 있다고 착각했었던, 잘 버텨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나의 얄팍하고 나약하기 그지없는 바닥이 내 눈 앞에 민낯을 드러낸 순간, 끝 모를 혼란함과 함께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심장에 꽂히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흐느낌, 그녀의 절규를 따라 목놓아 서럽게 울다 잠시 정신을 차릴 무렵, '강'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서 가슴 안을 한없이 떠도네."
"너의 이름도, 너의 목소리도, 너를 품에 안았던 순간들도 덧없이 흩어져버리네, 강으로"
한 톨 남은 기운마저 다 쏟아내고, 잠시 멍해지는 그런 상태에서 귓가를 맴돌던 가사.
https://www.youtube.com/watch?v=vxV2zV_iW-0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서 가면
너에게 닿을까
언젠가는 너에게 닿을까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서
가슴 안을 한없이 떠도네
너의 이름을 부르며 강은 흐르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누가 너의 손을 잡아 줄까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산산이 부서진 이 마음과
붙잡아 둘 수 없는 기억들이
그 강을 채워 넘치네
너의 이름도 너의 목소리도
너를 품에 안았던 순간들도
덧없이 흩어져버리네
강으로 그 강으로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 나를 버리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강은 흘러 흘러 사라져만 가네
강은 흘러 흘러
내게 다가올 이별을, 결코 원하지 않았던 이별을 예감했기 때문이었을까.
그 강물에 내 아픔, 서러움, 속상함, 미련, 상처를 모두 떠나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노래를 듣는 내내,
내 가슴에도 강물처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 감정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나를 녹아내리게 한 그녀의 노래, 그녀의 목소리.
한참 동안 그 노래에 나를 맡기고 내 안의 응어리를 토해내던 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 더 가볍게, 스스로를 놓아주면 될 것을,
위에 계신 분께서 '죽어라, 죽어라'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힘을 빼라"고 말씀하고 계심을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을.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설 것임을,
이 고통과 이 절망이 새로운 희망이 될 것임을 믿으면 될 것을."
그녀의 노래가
내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는 듯했다.
따뜻한 토닥임과 함께.
덕분에 다시,
숨 쉴 수 있었던
그날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