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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ug 17. 2017

산안개 자욱한, 보성 차밭

비 향기 머금은 초록빛 다원(茶園)

여기가 어딘가.

초록비 향기 머금은 산뜻한 공기.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켠다.     

다원(茶園) 초입
나무 사이, 올려다본 하늘

곧게 뻗은 삼나무 숲을 지나니,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빛 물결.

그 물결 위로 살며시 내려앉은 산안개.     

8월, 산안개 자욱한 초록 차밭

가만히 귀 기울이면

굽이치며 흐르는 능선 사이, 보슬비 젖은 찻잎들의 숨소리가 소곤소곤 들려오는 듯.     

조심조심, 사뿐사뿐 언덕길을 올라 전망대까지 오르니, 더 짙어지는 안개.

바다전망대로 올라가며

다원(茶園)이 아니라, 무릉도원(武陵桃源)에 있는 듯 몽환적인 느낌이 한가득. 

전망대에서, 마음으로 저 멀리 율포 바다를 보다
점점 더 짙어지는 산안개

차밭 너머 산길로 들어서니, 안개 자욱한 그 길 어디선가 초록 요정이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 청량함을 만끽하던 순간, 상큼하면서도 알싸한 편백나무 향이 코끝을 스친다.    

편백나무숲

내게 '편백나무향이 나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지인이 문득 생각나, 한 그루 또 한 그루 애정을 담아 유심히 바라본 나무들.


곧게 뻗어 올라간 자태, 푸르름 가득한 풍성한 잎사귀, 고유의 그 향이 매력적이었기에, 진심으로 그들을 닮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시간. 

빼곡하게 들어찬 나무숲 사이를 헤치고 나오니, 다시 펼쳐지는 초록 차밭.     

동글동글, 굽이굽이


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다원(茶園)을 한 바퀴 크게 도는 동안, 

내 몸에서 잿빛 도시물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세포 하나하나가 초록 차향을 듬뿍 머금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드는 느낌.


우산에 닿는 토독 토도독 빗소리, 

내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산안개,

시원하게 펼쳐진 초록빛 차밭,

향긋하고 청량한 편백나무향, 

테라스 카페에서 맛본 따뜻하고 부드러운 녹차라테까지

시·청·후·촉·미각의 오감을 완벽하게 충족시킨 다원(茶園) 산책.


초록 게이지를 최대치로 충전한,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

게이지가 평균 이하로 내려가 알람이 울릴 때 즈음, 

다시 이곳에 머물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다.

다원(茶園)을 나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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