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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ug 18. 2017

비 내리는, 여수 오동도

여수 밤바다에 취하다

늦은 오후.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흥얼거리며 여수에 도착.

여수 신항에서 오동도까지 이어진 방파제를 건너려던 그때, 후드득후드득 쏴~ 쏟아지는 장대비.

작은 우산 하나 받쳐 들고 방파제 위를 걷기 시작하자, 양 옆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회오리치듯 비가 몰아친다.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오동도에 닿은 계단으로 올라서자, 눈 앞에 펼쳐진 흡사 정글과 같은 생경한 풍경.

동백나무숲길

동백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다소 어두우면서도 오묘한 분위기 속, 우중산책(雨中散策)을 시작하다.

숲속길을 거닐다 '용골'과 '바람골'로 내려서자, 사방에서 몰아치는 비바람.
이와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평화롭고 잔잔한, 깊고 푸른 남해바다.

용골
남빛 바다
바람골

저 멀리 수평선 위로 낮게 내려앉은 구름과 어울려, 바다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을 내 눈앞에 펼쳐놓고
동백나무 향에 거하게 취해갈 무렵, 서서히 비가 걷히기 시작한다.

수평선 너머 구름

비가 그친 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방파제를 걸어 나오는 길,

여수 신항 정자 전망대에 올라 오동도를 내려다보던 그때, 

5년 전 여수엑스포 당시 들렀던 그때의 여수와 지금의 여수가 다르듯,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사뭇 다름을 자각하며 잠시 회상에 잠기던 사이 

어느덧 어둠이 내려와 앉았다.


짙은 어둠 속,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본 여수 밤바다는 눈이 시리게 반짝이고 있었다.

여수 밤바다

무지갯빛 조명으로 장식한 돌산공원과 돌산대교는 그 멋을 한껏 뽐내고 있었고

그윽한 밤 풍경 덕분에, 술 한 잔 걸치지 않아도 절로 취한 기분이 들었으니.

돌산공원 & 돌산대교
돌산대교
장군도

우중산책(雨中散策) 후 아쉬운 마음 한가득 안고 여수를 떠나오던 길,

내 귓가에 흐르던 노래, '빗속에서.'

비 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모습 생각해
이룰 수 없었던 그대와 나의 사랑을
가슴 깊이 생각하네
온종일 비 맞으며 그대 모습 생각해
떠나야 했나요 나의 마음 이렇게
빗속에 남겨두고
흐르는 눈물 누가 닦아주나요
흐르는 뜨거운 눈물
오가는 저 많은 사람들
누가 내 곁에 와줄까요

아직도 난,

그 노래 속에, 그 추억 속에 발 담그고 머물러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3d4TMRVn_k

빗속에서 sung by 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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