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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Aug 21. 2019

내 인생의 변환점.

Turning Point

지난번에는 한국 책이 나를 버티는 힘이 돼주었다고 적었다. 오늘은 영어 책을 읽으며 영어 실력을 매우 항샹한 일에 대해 적고 싶다.


나는 8학년까지만 해도 (한국으로는 중 2) 영어를 매우 못 했다. 맥도널드에 가서 음식을 시키는 것 같은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많이 힘들어했다. 자연히 공부에도 흥미가 떨어졌다. 이런 나를  변화시킨 시간이 있다.


바로, 9학년에 새로운 selective 학교로 전학 가면서 이다. 이 학교는 한국으로 말하자면 외고/특목고 같이, 시험을 치고 가는 학교다. 다른 학교는 고등학교가 3년제인 반면, 이 학교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4년 동안 고등학교 공부를 한다. 입시 시험을 치고, 운 좋게 그 시험을 통과했다. C와 D로 깔렸던 내 중학교 학교 성적을 생각해보면 어떻게 한 건지 의아하기만 하다.


나는 Nossal High School에 배정받았다.

기차로 편도 2시간 반 거리였지만, 회색빛이던 내 삶에 한줄기 빛이 된 것 같았다. 모자란 내가 이런 시험에 통과하다니. 그래서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학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이년 반 동안 하루 4시간 반 통학을 하며 지냈다. 그래도 마냥 뿌듯하고 행복했다.
어린 내게 시험 합격이란 성공의 맛은 참 달콤했나 보다.

이때의 고생, 그리고 내 노력이 일구어낸 성공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내게 성취감을 주는 것 중 하나다.


 이 학교에서 나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이 학교에 오기 전 까지만 해도 친구들이랑 말을 덜 섞고, 자신감도 없고, 우울한 아이였다. 중학교 땐 아프다고 뻥치고 출석을 안 한 기억도 난다. 하지만 이 학교를 통해 나의 밝은 모습을 되찾아 갔다. 아시안 계 친구들이랑 한국 아이들을 만나면서 공감대 형성을 하고, 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이민을 왔으면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극이 됐다.


9학년은 마냥 놀면서 지냈다. 친구들이랑 생일파티에 가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집에 초대해 어머니가 해주신 떡볶이를 먹으며 놀았다. 8학년까지만 해도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되었던 내겐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10학년이 되자, 공부를 해야 한 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학교에서 나는 다른 애들에 비해 기초가 부족해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았다. 영어, 수학, 과학 등등 모든 과목에서 60-70점을 받던 나는 성적이 부족해 심화과목에 등록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었고, 그 후로 변화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공부를 손에 놓은 지 오래 되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 지 잘 몰랐다. 그래서 어렸을 때 부터 책을 좋아하던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책을 매일매일 닥치는 대로 읽었다. 기차가 편도 2시간 반. 합치면 5시간. 이 시간을 딴짓하며 보내는 대신, 책을 읽는 시간으로 보냈다. 영어에 거의 까막눈이나 다름없어 참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꾹 참고 이해가 가지 않아도 소리내어 읽거나 눈으로 꾸준히 읽었다. 하루에 1-2권을 읽으려 노력했고, 그 해 10월에 261권 읽기를 달성했다! 우리 학교 Premier's Reading Challenge 우승을 했고 상품권을 받았다.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다.


10학년 자체의 성적은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 평균 65점 정도를 받던 내가 75점으로 향상된 정도? 그런데 내가 얻게 된 것은 참 많았다. 삶의 방향, 열정적인 모습, 성취감. 내가 목표를 정하면 그걸 꼭 달성한다는 자신감.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면 참 행복하다는 깨달음. 책을 많이 읽고 나니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따라서 교내 Short Story (짧은 에세이) 대회에 여러 번 투고했는데, 놀랍게도 상을 받기 시작했다.


가장 값진 것은 영어라는 언어로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문장의 구조와 자주 사용되는 단어, 그리고 소설책에서 사용되는 회화를 깨닫고 나니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는 지 이해가 됐다. 수업시간에도 이해가 어려워서 지루한 게 아니라,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대화나 발표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고, 따라서 발음도 나날이 좋아졌다. 


고등학교 마지막 2년동안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다. 치열하게, 재밌게 살아갔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나를 다른 모습으로 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매일 변화하고자 한다.




우리는 무료함에 젖어, 가만히 티비를 보고, 핸드폰을 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내 깨달음은 그렇다. 우리는 관성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는 운동의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만드려고 한다. 따라서, 가만히 있는 다면 우리는 계속 가만히 있을 테지만 외부의 자극을 통해 (즉, 책) 우리를 움직인다면 우리는 계속 달려갈 것이다.





나는 지금 대학교 삼 학년이다. 전교 7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호주 전역에서 제일 인기 많은 과, 멜번대 Biomedicine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다.


졸업식 때 내 담임 선생님이 "Congratulations! I believed in you."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골칫덩이로 여기셨던 9학년 때 모습이랑 달라져서, 괜히 행복했다. 나를 보는 시선이 온화함을 담고 있어서 내 마음이 따뜻해졌고, 참 뿌듯했다.


내 노력은 나를 바꾸었다. 꿈이 생겼고, 친한 친구들이 생겼고, 내 삶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어렸을 때의 소외되었던 기억, 그리고 내가 못난 사람이라는 생각 너무 커서 가끔씩은 문득 내가 이 자리에 걸맞은 사람인가 생각한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는다. 불과 7년 전의 내 모습과 지금 내 모습은 괴리가 크고, 그 큰 차이가 결국 나의 노력으로 만든 것이기에 - 그렇기에 나는 부족하더라도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다. 상 성장할 수 있다. 나는 그렇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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