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AI를 활용한 그림과 글쓰기에 관해 조금 배웠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글쓰기를 척척 해내는 AI 앞에 인간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듯하여 슬그머니 공포심마저 들었습니다.
학술활동에 매진하던 시절, 열 번도 더 들여다보고 제출해도 어딘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의 오류들이 숨어있다가 고개를 쳐들며 저를 비웃곤 했습니다. 이미 활자화되었으니 어쩌지도 못한 채 부끄러운 속내를 내내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눈이 빠질 것 같이 여러 번 교정을 보아 출간한 이번 소설책에도 오자가 숨어있었습니다. 이젠 컴퓨터가 맞춤법을 교정해 주는 세상인데, 그 오자는 당췌 어찌된 영문인지요. 참 민망했습니다. 철자나 문법이 완벽해 보이는 AI글 앞에 여전히 부족한 글쓰기 솜씨를 지닌 제 존재 자체가 하잘것없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예 내친김에 AI에게 이것저것을 주문해 글을 받아보았습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물론, 문법적인 오류 하나 없이 어찌나 매끄러운 완성품을 제 앞에 보란 듯이 던져놓는지 주눅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유려함을 타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기계의 비리치근한 내음... 작가가 쓴 글을 읽노라면 맡아지던 그 땀 내음, 흙내음, 삶의 진득한 맛, 묵직하게 다가오는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원고지 사용기억이 남은 구세대라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 AI에 관한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AI를 활용해 장편소설도 뚝딱뚝딱 써 주는 기법을 안내하면서 저자도 고민을 남겼습니다.
대체 창작이란 무엇이고, 창의성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글을 쓴다는 행위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질문 앞에 저도 마음이 답답해서 내가, 인간이 직접 써 내려간 글(소설, 에세이)이란 무엇일까를 정리하기 위해 다른 책을 또 빌려 읽었습니다.
소설가로서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아무리 조그마한 구석 자리라도 자신 밖에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을 찾아내는 것.
전문적이고 아주 섬세하게 소설(단편소설) 쓰기를 다룬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저자가 남긴 조언입니다.
그 구석 자리가 너무 달라진 세상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쏟아진 글 틈새의 어느 구석 자리를 찾는 것에서 나아가, 이젠 AI가 써내기 어려운 구석 자리까지 찾아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제가 채울 수 있는 구석 자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저 오늘도 잔뜩 소설책을 빌려와 읽으며, 책상 위 노트에 제 생각을 또 끼적이며 하루를 보내봅니다.
인용문 출처 :
1) 김덕진, 『AI 2024 : 트렌드 & 활용백과』, 스마트 북스, 2023
2) 데이먼 나이트 지음/정아영 옮김,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다른, 2017, 350~351쪽.
원작은 1997년, 한국에 번역 출간은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