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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Nov 05. 2020

남은 사람과 사라진 사람들

-끝까지 남을 사람으로

함께 하다가 돌연 사라진 사람들그것도 배신으로 사라진 사람들남은 사람과 사라진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나 있다

 

한국 근대사에 평민 의병장으로 유명한 신돌석(1878~1908)이 있다. 19세의 나이로 1896년(고종 33) 3월에 100여 명의 의병을 이끌고 활동하기 시작, 일월산을 중심으로 영덕·영해·평해 지방에서 전투를 전개하였다. 일본군이 여러 차례 포위 작전을 감행했지만, 매번 실패하였다. 그때마다의 일본군 기록에는 “단지 구축하는 데 그치고 수괴(두목)를 놓쳤다”라고 쓰여 있다. 


포위 소탕작전에 번번이 실패한 일본군은 현상금을 내 걸어 신돌석의 부하를 매수하여 암살하는 전술을 썼다. 결국 생사를 같이했던 신돌석의 부하 김상렬 형제는 일제의 현상금에 넘어가 자신의 집에 찾아와 잠든 신돌석을 살해하였다. 

 

신돌석은 역사에 값진 이름을 남겼다김상열 형제는 비겁한 배신을 끝으로 사라졌다그 돈으로 어딘가에서 잘 살았을까?


성경에 예수에게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 한 사람을 끌고 온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인이다. 당시 율법대로 돌로 쳐 죽이는 형벌을 당할 처지였다. 


예수가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고 하였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 자리를 떠나갔다. 죽음 직전에 그 여인은 생명을 건졌다. 

 

현장에 함께 있던 간음한 그 남자는 어디로 갔는가돌팔매질을 하려는 무리에 숨어서 지켜보았을까


현대 사회도 예외일 리가 없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코피노’(Kopino)에 관한 보도가 종종 나오고 있다. 필리핀 여성과 한국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수만 명에 이른다(2018년에 4만 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아버지들은 사라지고 없다. 

 

한국 아버지들은 연락처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코피노에 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그들은 어떤 표정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사라지고 숨어버린 사람들. 배신으로 획득한 돈으로 여유롭게, 비겁하게 위기는 모면했지만 끝내 무사하게, 무책임하게 도망했지만 편안하게 살았을까?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배신하고, 외면하며, 삶에서 사라져 버린다. 역사에서도 흔하게 목격하고, 지금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일어난다. 세상의 모습이다. 70억 인구가 70억 개의 인격으로 뒤섞여 살면서 온갖 일들이 일어남이다. 


모두가 유한한 삶이다. 그나마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의 죗값, 그들이 져야 할 책임을 내가 강제할 도리는 없지만, 내 삶의 책임은 오로지 내 몫이다. 

이 짧은 인생에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나와 가까운 사람들, 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아야 하는가,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가를 저 이야기들을 접하며 깊이 묵상해 본다.

 


부록 :


<깊어가는 가을에 기타를 치며>


운동화 끈을 매기도 전에

그대는 사라져 버렸네요.


함께 부르던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며

이 깊어가는 가을을 견뎌 봅니다.


이유를 물을 기회조차 없었지만

그래야 했다면, 그대 잘 가요.





( 가을 분위기 타고 싶어서, 쓰고 그려봤습니다. 저는 기타 못 쳐요 ^^;;;)


글/그림 Seon Choi

글 제목 그림 김재홍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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