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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Nov 09. 2020

사랑의 엇나감

-모든 것인 사랑이 작은 엇나감 다루기


고려 후기 충선왕(재위 1308-1313)은 세자에 책봉된 뒤 몽골 제국이 세운 원나라로 건너가 지냈다. 1297년 7월에 고려에 돌아와 부왕 충렬왕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농단하던 40여 명을 숙청하고 과감한 개혁정치를 단행하였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 충선왕에게는 한 여인과의 지나친 사랑과 단호한 이별 이야기가 있다. 


원나라에 머무는 동안 충선왕은 한 여인을 깊이 사랑하였다. 고려로 귀국할 때 그 여인이 뒤따라오자 연꽃 한 송이를 꺾어 이별의 정표로 주고 떠나왔다. 충선왕은 밤낮으로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을 견딜 수 없었다. 참다못해 이제현(1287-1367)을 보내 그 여인을 살펴보게 하였다.


이제현이 가보니 여인은 상심하여 음식을 끊은 지 며칠 째라 말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지경에 몸을 추스르기도 힘들어했다. 겨우겨우 붓을 들어 시 한 수를 적었다. 


“이별할 때 주신 연꽃 한 송이, 처음엔 새빨갛게 붉더니, 

가지에서 떨어진 지 며칠이련가, 사람과 함께 시들어버렸네.”


이제현은 돌아와서 충선왕에게 거짓으로 보고하였다. 여인이 술집에서 젊은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고 하여 찾으려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하였다. 충선왕은 그 여인을 그리워하며 힘들어 한 것을 심하게 후회했다. 기록에는 땅에 침까지 뱉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다음 해에 이제현은 뜰아래에 엎드려 죽을죄를 지었다고 고백하였다. 이제현은 여인이 쓴 시를 비로소 왕에게 올리고 본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 충선왕은, ‘그날 만일 그녀의 시를 보았다면 죽을힘을 다해서 돌아갔을 것이다. 경이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속인 것이니, 참으로 충성스럽도다.’라고 하였다. 


뒷날 조선 후기 안정복은 일국의 왕이 볼모로 잡힌 상황에서 천한 여자와 연분이 났다며 충선왕을 비판하였다. 하지만 더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사람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에 빠진다. 그 자체를 누가 나무랄 수 있으랴. 

이유와 사정은 다 저마다지만 어느 날 사랑은 또한 엇나가버리고 만다. 충선왕의 경우는 물론 왕이라는 가장 특수한 신분을 고려하고 이해해야 할 문제이다. 


사랑으로 유명한 성경의 구절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 한다. 연인을 비롯하여 자식, 배우자, 부모 등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수시로 작은 엇나감이 일어난다. 


아주 작은 엇나감에 사랑을 지켜가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을 때, 그때 사랑은 시들고 멈추는 것이 아닐까 한다. 충선왕과 여인에 대한 일화를 보고 느낀 영원히 모르겠는 사랑에 대한 짧은 생각이다. 



그대에게

 

저는 완벽하지 않아요.

그런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요.

다만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제 허물과 실수, 부족한 점은

여전히 드러나요.

그 모습 그대로의 저를 바라보며

곁에 있어 주는 당신, 참 고마워요.


그리고 또 그대에게


제 허물이 싫어서

제 그대로의 모습이 버거워서

곁을 떠난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어떡해요. 저는 완벽하지 않은걸요.

그 모습 그대로가 저인 걸요.


떠나간 당신, 잘 지내길 정말 기원해요.


글/그림 Seon Choi


※ 인용문은 성현 지음, 김남이 전지원 외 옮김,《용재총화, Humanist, 2015, 152~153쪽 및 

    한국고전번역원 DB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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