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속설을 넘어서는 지혜

- 두려움을 넘어서는 지혜 -

by SeonChoi

‘백발의 늙은 얼굴 누가 기억해 준다고, 새벽에 자주 재채기가 나오는가.‘


중국 북송의 유명한 시인이며 문장가, 학자, 정치가인 소식(蘇軾, 1037~1101)이 노래한 구절이다. 재채기를 하는 것은 누군가 자기 얘기를 하기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어 읊은 구절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전해 내려오는 설이 있다. 섣달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놀려대어, 어릴 때 졸린 눈을 비비며 참았던 기억이 있다.


민간의 속설이 정치권력과 얽히면 심각한 상황으로 연결된다. 한국과 중국에 음력 5월 5일생에 대한 속설이 있다. 이 날에 태어난 아이는 아들은 부친을 해치고, 딸은 모친을 해친다는 근거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 속설이다. 한국 역사에 희생자로 궁예가 있다면, 중국 역사에는 전국 시대 정치가로 활약한 전문(田文, ? ~ 기원전 279년)이 있다.


전문의 아버지 전영(田嬰)은 제 나라 왕족으로 지금의 산동성 등주에 영지를 가진 고관이었다. 속설이 마음에 걸려 전영은 5월 5일에 출생한 아들 전문을 죽이려 했다. 어머니는 몰래 전문을 숨겨 키웠다. 전문이 성년이 되자 어머니는 아버지 전영에게 아들을 보냈다.(이 설화는 의견이 여럿 있다)


처음 만난 아들 앞에서, 아버지 전영은 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아, 어째서 죽이지 않았더란 말인가!”

장성한 전문이 따졌다. “왜 죽여야 합니까?”

전영이 답하였다.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는 문의 높이만큼 자라면, 부모를 죽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이 아버지 전영을 찾아감은 생명을 건 일이었다. 자칫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전문은 자신의 삶에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정면대응을 선택하였다. 숨어서 사는 것보다 비록 생명에 위협이 올지라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어 인정받는 길을 선택했다. 아버지 전영의 성난 목소리 앞에 전영은 물러서지 않고 말하였다.


“그럼 그 문을 높이면 되는 것 아닙니까?”


결과는 성공했다. 그의 지혜로운 반문에 아버지 전영은 느낀 바가 있어 전문을 아들로 받아들였고, 자신의 저택에서 살게 하였다. 뒷날 전문은 위기도 있었지만 명성을 높이며 제 나라의 재상에까지 올랐다.


속설에 얽매이는 까닭은 인간의 마음에 있는 한 자락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한다. 눈썹이 희게 변하는 거야 사실 무슨 상관이랴 싶다. 하지만 누군가 내 뒤에서 내 험담을 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은 재채기나 귀 가려움을 연결하는 속설을 만들었다.


권력자, 특히 국왕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반역이 일어나는 일이다. 그 가운데 최악은 아들의 반역이며, 실제로 역사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음력 5월 5일생에 대한 속설은 단오의 유래나 의미와의 관련성도 분명하지 않고, 역사서에도 ‘속설’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특정한 날을 빌미로 왕위 계승과 반역을 둘러싼 두려움을 드러낸 설이 아닐까 짐작될 뿐이다.


근거도 없고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전해 내려오는 속설에 운명이 엇갈리고 편견이 심어졌다. 이제는 속설보다 한술 더 뜨는 가짜 뉴스와 ‘카더라’ 통신이 판을 치고 있다.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의 틈을 파고들어 근거 없는 '설'을 만들어 낸다. 거기에 속아 넘어지지 않는 무기는 ‘지혜’ 임을 배운다.


지식은 습득할 수 있지만, 지혜는 조금 다르다. 지식이 특정한 분야에 대한 ‘앎’이라면, 지혜는 인생을 이해하고 분별하는 능력으로 보인다. 그런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지식은 부족해도 지혜로 삶을 헤쳐 나가며 마주치는 사람의 손도 잡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지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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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전영과 그 아들 전문에 대한 이 일화는 《사기》(史記) 75, 맹산군열전(孟嘗君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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