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은 그렇게 숨어 있다

- 산에는 버섯에, 인간에겐 마음에

by SeonChoi

독버섯으로 인한 사건을 뉴스에서 가끔 접한다. 독의 위험이 숨어 있지만, 버섯은 고대부터 식탁에 오른 귀한 음식이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오늘 저녁에 내가 먹은 음식이 몇백 년 전의 밥상에도 오른 음식들이다. 그러고 보면 삶의 기본적인 요소인 의식주에서 ‘식’이 가장 변화가 적은 듯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리법이나 음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새로워졌지만, 전통시대 이래의 먹거리도 여전히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송이버섯, 표고버섯, 목이버섯, 석이버섯, 느릅나무 버섯 등 온갖 버섯이 귀한 식재료로 애용되었다. 요즘에도 귀한 영지버섯은 늘 ‘색깔도 찬란한 영지버섯'이라는 수식어로 그 효능이 높이 칭송되었다. 버섯을 비롯해 여러 작물에 관한 농업서로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이 저술한《산림경제》가 있다. 현재의 농업과 임업에도 참고가 될 과학적인 내용도 실려 있다.



홍만선은 '음식의 금기사항'[食忌]이라는 항목에서 버섯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독버섯의 모양새나 특징을 기록하고 당시에 가능한 치료법도 제시하였다.


빛이 붉고 바짝 쳐든 채 엎어지지 않는 것, 들이나 밭 가운데 나는 것은 모두 독버섯이다.

독버섯을 잘못 먹은 사람은, 간혹 웃음을 그치지 못하다가 죽으니, 오직 땅에 구덩이를 파고 물을 부었다가 맑은 물을 떠 마시면 된다. 버섯 독을 고치려면, 박 속을 살라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면 아주 잘 낫는다.

(《산림경제2, 치선)



이처럼 버섯은 늘 그 ‘독’이 문제였다. 조선시대 성현(1439~1504)이 목격한 독버섯 중독 사건이 있다.


내가 사는 서산 남쪽에는 여승의 암자가 있는데...우란분회(盂蘭盆會)를 베풀어 선비집 부녀자들이 많이 모였다. 여자들이 뒷 소나무 언덕에 올라가 더위를 피하는데, 소나무 사이에 버섯이 많이 났는데 향기롭고 고와서 먹음직하였다. 여자들이 탐내어 삶아 먹더니, 많이 먹은 이는 엎어져 기절해 버렸고, 조금 먹은 이는 미쳐서 소리를 지르고, 혹은 노래하면서 춤을 추었으며, 혹은 슬피 울고 혹은 노하여 서로 때리기도 하였는데, 국물을 마셨거나 냄새를 맡은 이는 다만 어질어질하였을 뿐이었다...낮 열두 시가 지나자 비로소 깨어나기는 하였으나, 이 때문에 병이 든 사람도 혹 있었다. (성현,《용재총화》2)


우란분회가 열리는 날은 음력 7월 15일, 더위가 한창일 때였다. 여인들은 더위를 피해 소나무 언덕으로 올라가 앉았다. 버섯이 풍성하게 있었고, 향기도 좋았으며, 빛도 곱고, 먹음직하였다. 여인들이 이를 '탐내어' 삶아 먹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상세한 서술은 생략했지만 암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끝내 회복하지 못한 사람도 생겨났다.



독은 그렇게 숨어 있다. 향기, 모양, 색깔이 뛰어나고 ‘먹음직’한 겉모양 안에 숨어 있다. 기어코 독을 먹게 만들기에 유리한 온갖 뛰어난 모양을 갖추고 있다. 가짜는 때로 진짜보다도 더 ‘먹음직’하다.


세상의 이치도 그러하다. 내가 지켜야 할 자리를 뒤로 하고 산기슭에 올라 편안히 쉬려 할 때, '독'은 그럴듯한 허울에 숨어 다가오기 쉽다. 내 마음의 탐심은 그 갈퀴에 여지없이 걸리게 만든다. 눈앞의 먹음직한 모양을 보며 탐심이 들 때, 덜컥 삶아먹기 전에 분별력을 가짐이 필요하다. 그 절제와 분별력이 생사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용문의 출처는 한국고전번역원이 제공하는 한국고전종합 DB.

※ 글 제목의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주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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