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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Sep 10. 2021

관계의 손절과 익절

- 꿈속에서 흘린 눈물이 베개에 -

꿈속에서 울었다.

어떻게 그렇게 한 마디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느냐고, 그렇게 인연을 끊을 수 있었느냐고 흐느껴 울며 말하였다. 그 분은 부드러운 표정과 미소를 건네며,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하였다. 그 순간 꿈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잠이 깼는데, 눈가가 젖어 있었다.


아주 오래된 인연이었다. 팬데믹으로 한 동안 소식을 나누지 못한 사이, 어느 날 한줄 인사발령을 보았다. 정말 갑작스럽게 떠나가 버렸다. 알고 지낸 몇몇이 놀라서 연락을 나누었지만, 모두가 그 한줄 인사발령이 알고 있는 전부였다.


비슷한 전공에 같은 종교를 가진, 따뜻한 사람이었다. 일터에서 만난 사이지만, 여럿이 의기투합해 회를 먹으로 강원도로 달려간 일도 있고, 퇴근길에 길거리 좌판에서 서로 코가 비뚤어진 일도 있었다. 언제든 다시 차 한잔 할 수 있는 거리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겹치고, 스치면서 따로 이면서 또 함께 삶을 제법 오래 같은 트랙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급작스러운 사직.....그렇게 떠나갔다. 작별 인사마저 들을 수 없었지만 이 지구 위 어딘가에는 있을 사람..왜 그렇게 떠나갔을까.


커다란 눈에 눈빛이 청명한 친구였다. 보조개가 생기는 미소는 얼마나 상냥하고 귀여웠는지 모른다. 같은 방향이 집이라는 인연의 고리로 시작해 대학 내내 어울려 다닌 친구였다. 울고, 웃고, 방황하고, 좌절하며....알을 깨고 성장해 내는 과정을 함께 겪었다. 내가 소개한 남자선배와 오래 사귀다가 결혼하였다.


그 뒤로도 가끔씩 연락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만났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연락이 안 되었다. 그녀의 모든 전화번호가 없는 번호가 되었으며, 이메일과 주소도 유효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벗들에게서 떠나갔다. 나중에야 온 가족이 이민을 떠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논어》 의 미자편(微子篇)에는 “큰 사연이 있지 않는 한 친구는 서로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가끔 그렇게 사람들은 연을 끊는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친구, 신뢰하는 스승, 어려운 시간을 함께 한 동료, 더구나 사랑하던 사람조차 ‘손절’하여 이제 모르지 않는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간다.


이쪽에서는 ‘손절’을 당했지만, 다른 저쪽의 누군가와는 동행하고 있을 터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손절’과 ‘익절’은 ‘절연’의  서로 다른 모습인지 모를 일이다.


살다가 겪는 그런 ‘손절’ ‘절연’, 의도했건 아니건 인연이 끊어진 사람들을 이 가을에 생각해 본다. 부디 그 손절이 그들에게는 익절이기를, 아픔이지 않기를 내 삶의 가을에 이제야 바래본다. 지금 인연으로 엮어진 사람들, 현재 곁에 있는 사람과의  소중한 인연을 잡으며,  모르지 않는 그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겨울이 오기 전에 마음에서 내려놓는다.


※ 손절은 주식매매에서 나온 말이지만 인간관계를 의도적으로 끊어버린 표현으로도 사용한다. 익절은 목표 이익율을 달성하면 더 이상의 기대를 갖지 않고 매도하는 행위라고 한다.


<그대에게>

 

저는 완벽하지 않아요.

그런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요.

다만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짚어보며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허물과 부족한 점은

여전히 드러나요.

그 모습 그대로의 저를 바라보며

곁에 있어 주는 당신, 참 고마워요.


<그리고 또 그대에게>


제 허물이 싫어서

제 그대로의 모습이 버거워서

곁을 떠난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어떡해요. 저는 완벽하지 않은걸요.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사람일 뿐인 걸요.

그 모습 그대로가 저인 걸요.


떠나간 당신, 잘 지내길 정말 기원해요.


글/그림 Seo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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