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강아지, 수리(Suri) -
<이제 추워졌어>
간지럽게 불어오던 순한 바람
춤을 추듯 흔들리던 가녀린 풀
그 바람에 묻어오던 세상의 온갖 향기
꽃내음
풀향기
네가 좋아하던 나의 내음
온 생명 다하도록
절대 순수의 사랑으로 함께 해주고
너는 나의 영원한 별이 되었구나.
폴짝폴짝 너와 걷던 숲길에서
킁킁대던 작은 네 코끝에 대어주고
책갈피에 말려 둔 너의 내음 담긴 꽃
영원히 내 가슴에 안아둘게.
I'll miss you for the rest of mine.
지난여름 길에 흐드러졌던 노란 Buttercup, 흰 민들레, 즐거웠던 산책길...
날씨가 많이 춥다고 들었습니다. 이곳 캐나다도 추워졌습니다.
따듯한 온기를 나누던 생명의 빈자리가 휑한 추위를 더 느끼게 합니다.
12년 반을 온전히 저를 사랑하기 위해 사는 생명이었던
보들보들 고불고불 털북숭이 저의 친구가
제 가슴의 별로 남았습니다.
그렇게 다정하게 함께 해주며 사랑과 위로를 주더니
생명인지라... 결국 떠나갔습니다.
이제부터 제 남은 시간은 제 강아지, 수리(Suri)를 그리워할 일만 남았지만
그 추억 붙잡고 함께 하던 산책길을 터벅터벅 나섭니다.
꾹꾹, 물컹하고 뜨겁게 올라오는 느낌을 다시 또 꾹꾹 누르며 걷습니다.
생명은 떠나가기에 역으로 찬란한 아름다움인가 봅니다.
지금 이 시간 소통하며 호흡하는 우리 모두는
참으로 찬란하고 아름다운 귀한 생명임을 새겨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혜, ≪엄마의 담장≫ , 북랩, 2023. 10. 162쪽 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