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적은 메모의 조각들이 나를 돕고 있다.
요즘, 과거의 나에게 고마운 일들이 생긴다.
글을 써보자고 마음 먹은 이후, 하찮게 적어둔 핸드폰 메모들이, 내 글의 첫 문장이 되어주고 있다.
매 주 수요일, 글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내 머리와 마음에 엉켜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보자고 결심한 일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오랜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초조한 마음만 들 뿐, 깜빡이는 키보드 커서와 눈맞춤만 하고 있었다.
그럴 때 내 핸드폰 메모 앱을 열면, 과거의 내가 무질서하게 흘려적어둔 문장들과 마주한다.
‘언젠가는 글로 담아봐야지’ 혹은 ‘언젠가는 쓰겠지’, 하는 마음으로 적어두었던 기록들이다.
“내 감정이 올바르게 전달되고 있는가.”
“죽고싶다는 말이 평화롭고 싶다는 말이었다.”
“손을 흔들 듯 이가 흔들리며 너와 헤어질 준비를 한다.”
“나의 인지도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휘발될까 염려하며 쏟아낸 문장들이었고,
지나치게 사적이고 정돈되지 않은 글자들이었지만,
지금은 내 마음을 음미하고 정제된 글로 표현하게 해주는 실마리가 되어준다.
‘내가 나를 구했다’는 말은 조금 거창하지만
‘내가 나를 돕고 있구나’는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책길에, 카페에 앉아서, 출근길에, 관계에서 느꼈던 어려움들
그리고 작은 즐거움들.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벅참, 분노 그리고 행복까지
언젠가는 글로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담아 작은 단어조차 버리지 못하고 메모장에 쌓아두었다.
짧은 문장과 마주하고 있으면 그 당시 나의 상황, 나의 감정 그리고 나의 사유의 과정이 함께 떠오른다.
“이런 순간에 나는 이런 감정을 곱씹었지.....”
내 글에서 가장 소중한 독자는 바로 나다.
지금 내가 느끼는 기쁨, 이 행복감은 무엇일까.
"뭐 쓸지 몰라서 헤맸는데, 이거로 적어볼까? 다행이다."
“매 주 1편씩 글을 적어보자는 약속을 또 지켰어!”
“과거의 내가 적어둔 말들이 이제 빛을 발하는구나.”
“끼적여둔 메모들이 나를 돕고 있잖아.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응원하는 것 같다. 기특해.”
아마 모두 포함된 것일테다.
지난 날 내가 담아두지 못해 쏟아냈던 문장들이 담긴 메모들을, 더 좋은 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하나씩 소화시켜 글로 적어내는 모습을 스스로 칭찬해본다.
지금 이 글을 적을 수 있게 만들어준건 결국
예전의 내가 잊지 않고 적어둔 말들 덕분이다.
그 때에는 휘발될까 염려하며 쏟아낸 작고 사소한 감정들이었고,
삐뚤빼뚤 적어본 문장들이지만
지금은 나의 깊은 내면과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멈춰 있던 키보드 커서를 움직이게 만들고,
"이번 주도 해냈구나" 하고 기지개를 펼 수 있는 이유는 과거의 내가 나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고마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