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와 지하철이 안겨준 아침의 행복
집을 나서는 순간, 세상이 나를 위해 테옆을 감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까?
나는 삶에서 그런 순간들이 포착될 때 로또 5,000원에 당첨된 듯 행복함을 만끽한다.
집을 나서기 전, 정신없이 준비하느라 물 한 모금은 커녕 내 입을 적신건 오로지 양치물뿐일 때가 있다. 물 한 잔, 머리 빗기조차 사치인 날,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주워입고 머리는 질끈 묶었다. 거울 앞에 서서 마지막 확인을 거친다. 사회적 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까치발로 간신히 신발에 발을 넣고, 현관문을 나선다. 툭, 툭, 툭, 앞꿈치로 바닥을 두드리며 걸어가는 동안 신발이 제 자리를 찾기를 바랐다. 그렇게 엘레베이터와 마주한 순간
오......나를 기다리고 있는 엘레베이터.
감동이다. 우리집은 오래된 구축 복도식 아파트인지라, 승강기 두 대가 동시에 운행된다. 운이 좋지 않은 날은 두 대가 모두 우리집과 반대로 움직여서 세상이 나를 괴롭힌다는 편집증적인 사고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복도 끝에 보이는 엘레베이터 전광판에 낯익은 숫자가 보인다니? 버튼을 누르자 문이 '짜잔'하고 열린다. 정말 다행이다. 전광판의 숫자가 점점 낮아질 수록 나의 마음은 가벼이 떠오르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잔머리를 정돈하는 여유도 생겨난다.
이제 바쁜 걸음으로 지하철을 타러 간다. 계단을 헛둘헛둘 내려가는데 지하철이 오는게 보인다. 조금 잰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세이프-탑승"을 마음 속으로 크게 외친다. 나는 전능감을 만끽한다.
'뭐야...... 나 오늘 운이 좀 좋은데?'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기까지 내 발걸음은 잠시도 정체하지 않았다. 오늘 내 몸속에 교통방송이 흐른다면
"오늘 오전, 교통량은 많으나 통행이 원활하여 정체 없이 적당한 활기를 띄고있습니다. "라고 나오겠지,
라는 재밌는 상상을 하며 지하철 손잡이의 둥글고 단단한 감각에 집중한다.
자리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정도의 행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내릴 사람이 없을까?' 하루의 운을 시험하듯 누군가의 앞에 서본다. 꽝이어도 괜찮다. 나는 이미 작은 행복을 맛보았다. 서서 가도 괜찮다. 튼튼한 다리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오늘 하루의 시작을 가볍게 연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듯, 엘리베이터가 나를 기다려주었고 지하철은 시간 맞춰 도착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기운을 내어 입꼬리를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