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
: 이 영화에 나온 수많은 요리들 가운데 나의 기억에 가장 깊게 박힌 요리.
나는 어렸을 적부터 엄마 옆에 붙어서 요리하기를 좋아했다. 엄마와 함께 노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기도 했지만 일단 요리 자체가 좋았다.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다양한 식재료들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 어린 시절을 다시 기억하게 해 준 영화가 바로 '아메리칸 셰프'이다. '아메리칸 셰프'는 자신의 커리어가 무너질만한 위기에 빠진 주인공이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을 하며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함께 요리를 하고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과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 만으로도 나의 인생 영화가 되기에 충분했다. 푸드트럭에서 아빠와 아들이 함께 만든 쿠바 샌드위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식욕을 계속 당겼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내 기억에 박힌 요리는 '파슬리 오일 파스타'이다. 이 요리는 사실 주인공의 가족과 관련이 있는 요리는 아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빠르게 지나간 이 파스타는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이 파스타를 먹고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던 스칼렛 요한슨 때문일지도.
다진 이탈리안 파슬리 1컵, 레몬 1/2개, 마늘 15쪽, 올리브 오일 6큰술, 페퍼론치노 2개, 후추 1/2작은술, 소금 1/2작은술, 파마산 치즈 1큰술, 버터 1큰술
*1인분 기준
1. 마늘은 최대한 얇게 편으로 썰고 파슬리와 페퍼론치노는 잘게 다져준다. 레몬은 반을 잘라 준비한다.
평소 파스타를 만들때 두께가 살짝 있는 편마늘을 사용하는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하면 마늘이 쉽게 타지 않을뿐더러 포슬포슬한 느낌이 좋기때문에. 하지만 이 요리를 탄생시킨 셰프가 '더 셰프쇼'에 직접 나와 알려준 레시피에서는 마늘을 최대한 얇게 썰어 사용하라고 한다. 첫 입을 먹고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았다. 이 파스타에서는 마늘이 두꺼워선 안된다. 얇게 썰어 면 사이사이 잘 들어가도록 해야한다.
2. 달군 팬에 올리브 오일, 마늘, 페퍼론치노, 소금, 후추를 넣고 볶다가 마늘이 익으면 파슬리를 넣고 볶아준다.
마늘을 얇게 썰었기때문에 금방 익는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만큼 빨리 탄다는 위험요소가 있다. 중약불 정도의 불에서 조리를하며 마늘이 반 정도 노릇해질때까지 익혀주자. 만약 파슬리를 가지러간 사이에 마늘이 다 타버릴 것 같다면 아예 불을 끄고나서 파슬리를 가져와 팬에 넣어주자.
3. 소금을 넉넉히 넣은 물에서 익힌 스파게티, 면수 3큰술, 버터를 넣고 볶아준다.
이 과정을 마치고 간을 보면 살짝 싱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 하나 있다. 그릇에 파스타를 담은 후에 간 파마산치즈를 듬뿍 올려줄 것이다. 지금은 싱거울지 몰라도 파마산치즈가 합세하면 완벽한 간이 맞춰진다.
4. 소스를 골고루 입힌 후에 불에서 빼고 레몬즙을 넣어 가볍게 섞어준다.
레몬즙은 꼭 불을 끄고 넣어주는것이 좋다. 레몬즙에 열이 가해지면 맛이 변할뿐더러 상큼한 향이 많이 줄어들게된다. 열이 없는 상태에서 레몬즙을 넣어 상큼함을 최대로 올려주자. 이 파스타에서 파슬리도 매우 중요한 재료이지만 레몬의 맛 또한 잘 살려줘야 이 요리가 빛이난다.
: 그냥 집에 있는 아무 그릇이나 꺼내기.
파스타를 그릇에 담아 소스를 끼얹고 맨 위에 파마산 치즈를 올려준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파스타는 예쁘게 만들어 담아먹는 파스타가 아니다. 후줄근한 옷을 입고 손이 가는대로 툭툭 요리를 한다. 그리고 집에 있는 그릇 중 손에 집히는 아무 그릇이나 꺼내 파스타를 대충 말아 그릇에 올린다. 이제 한 손으로 그릇을 잡고 포크로 떠먹는다. 그래서 나도 그 느낌을 느끼고 싶어 집에서 밥 먹을때 자주 쓰던 접시들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팅했다. 그 감성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듯하다.
Eat
내 요리의 레시피와 일상이 '영상'으로 기록되어있는 곳.
'파슬리 오일 파스타'의 자세한 레시피 또한 여기에.
https://www.youtube.com/channel/UCYyBBZ9rBYjbA-oHENepISA
https://brunch.co.kr/magazine/just-cooking
한 달에 하나의 식재료를 정하고 헌 책방에서 찾은 요리책에서 4가지의 요리를 찾는다. 요리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기 위한 연구의 기록들. 또한 줄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로써의 기록까지.
https://brunch.co.kr/magazine/ingredi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