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먹고자 만들었는데 더 맛있는 레시피를 발견했다.
: 이보다 더 건강할 수 없는 음식.
나는 단호박을 그리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예전에 부기를 뺀다고 호박즙을 먹었을 때 빼고는. 최근 몇 년 동안 먹고 싶은 음식을 따지지 않고 모두 먹다 보니 몸이 상한 느낌이 들었다. 확실하게 몸이 나빠졌다. 그래서 건강하게 먹고자 설탕, 밀가루, 기름진 고기를 피하고 있다. 이것들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다 보니 메뉴에 한계가 왔다. 그래서 새로운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바로 단호박 수프. 기존 레시피를 보니 버터에 설탕, 생크림, 휘핑크림 등 고지방, 고당분인 수프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모든 것을 뺀 담백한 단호박 수프를 만들게 되었다.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맛에 한 가지를 더했더니 풍부한 향을 가진 수프가 탄생했다. 기존의 달달한 단호박 수프도 물론 맛있지만 지금 나는 이 단호박 수프가 더 끌린다.
단호박 1개, 우유 1리터, 양파 1개, 올리브 오일 2큰술, 후추 1 작은술, 소금 1/2큰술, 넛맥 약간, 크루통
*5-6인분 기준
1. 단호박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양파는 얇게 채 썰어 준비한다.
단호박은 생각보다 매우 단단해서 그냥 자르려고 하다가는 자칫 다칠 위험이 있다. 찜통에서 10분가량 익혀서 사용하거나 전자레인지에 3, 4분 돌린 후에 껍질을 벗기고 자르는 것이 좋다. 익히고 난 직후에는 단호박이 매우 뜨거우니 찬물에 한 번 담갔다가 사용해주자.
2. 달군 냄비에 올리브 오일, 양파, 후추를 넣고 양파가 갈색빛으로 변할 때까지 볶아준다.
나의 레시피에서는 설탕을 넣지 않는다. 단호박 자체의 단맛으로도 충분하지만 여기서 단 맛을 더 내고 싶다면 양파를 충분히 볶아주자. 이 과정을 '캐러멜라이징'이라고 하는데 양파를 캐러멜 색이 나올 때까지 볶는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자 버터가 아닌 올리브 오일을 사용했다. 풍부한 감칠맛을 원한다면 버터를 써주는 것을 권한다.
3. 양파가 모두 익으면 단호박을 넣고 볶다가 우유를 넣어 끓인다.
애초에 단호박을 살짝 익히고 손질을 했기에 생각보다 금방 익는다. 그렇기 때문에 뚜껑을 닫지 말고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주자. 뚜껑을 닫고 익혔다가는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우유가 끓어 넘칠 것이다. 아무리 약불에 익힌다고 하더라도 뚜껑을 덮는다면 무조건 넘치게 되어있다.
4. 단호박이 푹 익으면 믹서기 또는 핸디 블렌더로 곱게 갈아준다.
주걱으로 단호박을 눌러보았을 때 스르륵 뭉개지면 그때 믹서기로 갈아주자. 마음이 급해져 조금 덜 익은 상태로 갈면 힘이 2배로 든다. 그리고 수프의 농도가 꾸덕하면 잘 갈리지 않을 수가 있다. 이 과정을 위해서 우유를 넉넉히 넣고 갈아주자.
5. 수프를 끓이다가 간을 보고 소금을 적당량 넣어준다.
나의 단호박 수프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무설탕 수프이기때문에 설탕의 빈자리를 채울만한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단호박과 양파의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려주는 소금을 소량 넣어주었다. 수박에 소금을 뿌리면 더 달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이 아닌 소금을 선택했다.
: 풍미와 식감 살리기
매거진 'ingredient'의 요리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식재료가 하나 있다. '넛맥'이라는 향신료다. 넛맥은 스파이시한 향을 주면서 느끼함을 없애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느끼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넛맥은 나에게 구세주로 다가왔다. 넛맥은 특히 크림 파스타에 들어가면 느끼함을 줄여주며 풍미를 높여준다. 이러한 역할이 이번 요리인 무설탕 단호박 수프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 자칫 밋밋한 느낌이 있는데 넛맥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고 풍미를 더해준다. 또한 넛맥을 넣은 단호박 수프는 가을에 참 잘 어울릴만한 음식이다. 싸늘한 공기가 느껴질 때 넛맥 특유의 따뜻한 느낌이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이다.
Eat
내 요리의 레시피와 일상이 '영상'으로 기록되어있는 곳.
'무설탕 단호박 수프'의 자세한 레시피 또한 여기에.
https://www.youtube.com/channel/UCYyBBZ9rBYjbA-oHENepISA
https://brunch.co.kr/magazine/just-cooking
한 달에 하나의 식재료를 정하고 헌 책방에서 찾은 요리책에서 4가지의 요리를 찾는다. 요리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기 위한 연구의 기록들. 또한 줄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로써의 기록까지.
https://brunch.co.kr/magazine/ingredi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