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들어갔지만 또 커피가 마시고 싶을 걸.
: 부드러운 크림보다 꾸덕한 크림이 더 잘 어울리네.
꾸덕한 치즈 크림과 커피에 촉촉하게 적셔진 빵, 그리고 맨 위에 뿌려진 코코아 파우더로 이루어진 케이크. 오븐을 사용하지 않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케이크이지만 그 맛은 전혀 간단하지 않다. 내가 티라미수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였을 것이다. 넓고 얕은 그릇에 담겨있는 초코색 가루가 뿌려진 케이크였다. 초코 가루가 뿌려져 있긴 했지만 겉모습이 화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티라미수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한 숟갈 푹 떠먹는 순간 치즈와 커피가 입 안에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티라미수는 지금까지 내게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분명 커피가 들어갔지만 또 커피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 신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음식. 비주얼, 맛, 어울리는 음식까지 티라미수는 신기한 것 투성이다.
크림치즈 200g, 생크림 100ml, 설탕 2큰술, 코코아 파우더 1큰술, 레이디 핑거 6개, 에스프레소 100ml
*1-2인분 기준
1. 크림치즈를 부드럽게 풀어준다. 생크림에는 설탕을 넣은 후에 휘핑을 해주고 크림치즈와 섞어준다.
이름은 크림치즈이지만 이름과는 다르게 굉장히 딱딱한 크림이다. 그러니 이 요리를 시작하기 최소 30분 전에 크림치즈를 상온에 꺼내 두자. 그러면 크림치즈를 크림으로 만드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생크림과 크림치즈를 섞어줄 때는 몽글한 크림치즈 알갱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충분히 저어주어야 한다. 알갱이가 남아있다면 완성된 티라미수를 먹을 때 입 안에서 알갱이의 존재감이 꽤 크게 느껴질 테니까.
Process
2. 레이디 핑거를 에스프레소에 담가 충분히 적셔준다.
3. 레이디 핑거 3개->1번에서 만든 크림을 순서대로 얹어주고 맨 위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한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는지는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다. 1층으로 넓게 만들어도 좋고 3-4층으로 높게 쌓아도 충분히 근사하고 맛있을 음식이다. 참고로 한 번에 다 먹을 양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보관용기 안에 넣어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먹을 만큼 덜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생각날 때 또 꺼내서 먹기가 좋다.
: 내가 먹을거니까 더 근사하게 만들어 먹어야지.
사실 티라미수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완성된 모양이 조금 달랐다. 예전에 만들었을 때는 처음부터 밀폐용기에 레이디 핑거와 치즈크림을 켜켜이 쌓아 떠서 먹는 케이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근사한 케이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은 접시를 골라 재료를 조금씩만 올리고 치즈크림은 짤주머니에 넣어 동그랗고 매끈한 모양으로 짜주었다. 들어간 재료는 같지만 왜 이번에 만든 것이 더 맛있게 느껴졌을까. 역시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도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 더 정성을 쏟으면 더 맛있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Eat
내 요리의 레시피와 일상이 '영상'으로 기록되어있는 곳.
'티라미수'의 자세한 레시피 또한 여기에.
https://www.youtube.com/channel/UCYyBBZ9rBYjbA-oHENepISA
: '집에서 하는 그냥 요리'
https://brunch.co.kr/magazine/just-coo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