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아니어도 계속먹고 싶은맛.
: 아무리 축축해봐라. 바삭함이 이긴다.
1~2년 전쯤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의 날씨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에 분당의 한 우동집을 갔다. 손님이 워낙 많은 곳이라 조금의 대기를 하고 2인석에 앉아 메뉴판을 들었다. 밖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끈한 국물의 튀김우동에 눈이 먼저 가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따뜻한 우동이 아닌 살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는 냉우동이었다. 냉우동 맛집이라고 소개를 받아 온 곳이기 때문에 뜨끈한 국물을 뒤로하고 냉우동을 주문했다. 날씨 때문인지 사실 큰 기대가 되지 않았다. 더 더울 때 왔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차가운 국물과 튀김 부스러기를 같이 떠먹었다. 아니, 원래 튀김에 물이 닿으면 눅눅해지는 게 정상 아닌가? 왜 더 바삭해졌지? 나오자마자 먹어서 그런가 싶어 면을 다 먹고 먹어봐도 튀김은 여전히 바삭함을 잃지 않았다.
우동 1인분, 대파 20-30g, 양파 1/4개, 멸치, 다시마, 간장 또는 쯔유 200ml, 물 300-350ml, 튀김 부스러기, 조미되지 않은 김
*1인분 기준
1. 큰 냄비에 대파, 양파, 멸치, 다시마, 간장 또는 쯔유를 넣고 끓인 후 냉동실에 넣어 차갑게 식힌다.
나는 간장 대신 쯔유를 사용했다. 사실 우동 국물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 불안한 마음에 실패할 수 없는 간장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쯔유 대신 간장과 맛술을 넣었어도 괜찮겠다 싶다. 그리고 냉동실에 넣어 차갑게 식히는 과정에서 살얼음이 생기면 더욱 좋다. 육수가 얼마나 차가운지에 따라 튀김의 바삭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2. 조미되지 않은 김은 얇게 썰어주고 파도 채 썰어준다.
3. 우동을 끓는 물에 넣어 충분히 익히고 얼음물에 헹군다.
다른 차가운 면 요리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냉우동을 만들 때는 우동을 충분히 삶아주는 것이 좋다. 뜨거운 육수에 담긴 면은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서서히 익지만, 차가운 육수에서는 오히려 면이 더욱 단단해진다. 그러니 면을 삶아야하는 권장시간보다 20~30초 정도 더 삶는 것을 추천한다.
4. 우동을 그릇에 담아 육수를 부어주고 김가루, 튀김 부스러기, 파를 올려준다.
사실 튀김 부스러기가 이 요리의 주인공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만든 튀김이 바삭하지 않고 눅눅하게 나온다면 이 요리는 실패해버릴 것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시판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했다. 시판 제품 특유의 기름 냄새가 조금 나긴 했지만 그래도 바삭한 식감이 잘 살아있어 꽤 괜찮다.
: 어두운 냉우동 육수와 반대되는 색감이라면 무엇이든.
이번 요리에 올라가는 고명은 내가 냉우동을 먹었던 가게의 플레이팅을 보며 정했다. 초록 초록한 파와 어두운 색감의 김, 그리고 노란빛의 튀김 부스러기까지. 그릇에 담아놓고 보니 다들 육수의 색감과 반대되는 것들의 조합이었다. 원래 맛 때문에 들어갔을 테지만 자연스럽게 플레이팅까지 풍성해졌다. 참고로 그 가게에서는 간 무와 고추냉이까지 같이 올려주신다. 간 무와 고추냉이가 들어가면 메밀소바의 느낌이 더해진 냉우동이 완성된다. 개인적으로 무와 고추냉이가 들어간 냉우동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넣지 않은 냉우동도 충분히 맛있으니 일단 만든 대로 먹다가 나중에 넣어서 또 다른 맛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Eat
내 요리의 레시피와 일상이 '영상'으로 기록되어있는 곳.
'냉우동'의 자세한 레시피 또한 여기에.
https://www.youtube.com/channel/UCYyBBZ9rBYjbA-oHENepISA
: '집에서 하는 그냥 요리'
https://brunch.co.kr/magazine/just-coo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