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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치즈 Apr 19. 2023

하얗게 불태웠다, 카페 오픈 1일 차

드디어 대망의 성수시루 오픈날이 다가왔다.


어제 청소한 매장을 괜히 한 번씩 더 닦고는 작은 티끌하나라도 더 잡으려고 열 평 남짓한 공간을 몇 번이나 돌아다녔다.


솔직히 오픈만 하면 대박 날 줄 알았다.

알바를 뽑을걸 그랬나 후회도 했다.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오픈 시간이 다 되었다.


- 오전 11시 오픈.

첫 시작과 함께 같은 건물 상가 사장님들이 음료를 주문하러 와주셨다.

비교적 출발은 순조로웠다.

오픈 이벤트를 기다리던 고객 한분, 지인 커플 두 팀의 고객이 오전 시간에 와주셨다.


그리고 카페가 가장 바쁜 점심시간 직후, 

- 오후 1시.

오픈이벤트를 기다리던 주변 직장인 분들이 계속 계속 들어오셨다.


둘이 같이 응대하는데도 왜 이렇게 정신없는 것인지, 

즐비한 카페 사장님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카드를 받았는데 손이 너무 떨려서 포스기에 꼽는 게 힘들 정도였다.


- 오후 3시.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이 틈을 활용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카운터 뒤편에 있는 작업 공간에 냉동고 위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다.

세 숟갈 정도 뜰 즈음에 다른 고객이 오셨다.  


그리고 갑자기 POS기가 말을 안 들었다.

카드를 긋고, 꼽아도 반응도 안 하고.. 삼성페이도 안 통하고..ㅠㅠ 

(미리 결제 테스트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왜 하필 첫날에!!)


- 오후 6시.

다시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이번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케이크를 포장하다가 바닥에 떨어트린 것... 

그때 당황했던 아내와 나,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던 표정을 회상하면 아직까지 피식거리게 만든다. 

(이런 느낌이랄까..)


- 오후 8시.

지인들로부터 받은 화분,

오픈 이벤트 고객,

주변 상인분들의 방문,

지인들의 축하,

등등 감사한 일들로 한가득했던 오픈 첫날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무려 만들었던 케이크를 다 파는 데 성공해서 꽤나 큰 보람을 만끽할 수 있었다. 


화요일이 첫 영업일이었는데 나는 목요일까지만 가게 일을 도와줄 수 있었다.

금요일부터는 아내 혼자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서 2일 차, 3일 차가 되었을 때 점점 아내의 부담감이 목까지 차올랐다. 둘이서도 이렇게 허둥지둥 난리법석인데 이걸 도대체 혼자 어떻게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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