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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치즈 May 29. 2023

성수시루 오픈이래 첫 단체 주문

무려 떡케이크 80개!

이틀에 걸쳐서 50개 30개 납품하는 주문이 들어왔다.


오전 10시까지 배달에 늦지 않도록 정확한 시간과 재료 계산이 필요했다.


얼마나 일찍 출근해야 늦지 않게 맞출 수 있을까...

에라 모르겠다.. 일단 무조건 일찍 가서 빨리 끝내고 한숨 돌리기로 했다.


알람시간은 새벽 3시.

해외여행이갈 때 일어났을법한 그 시간에 일을 하기 위해 깨어났다.


돌이켜보면 동네에 있던 떡집들은 내가 아무리 이른 시간에 지나가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는 거. (그것도 매일, 얼마나 부지런하신 걸까)


새벽 3시 40분 작업 시작.

우린 콧노래를 부르며 함께 지나온 소소한 과거를 회상하며 수다를 그렇게 여유를 느끼며 시작했다.


새벽 5시.

아직 우린 화기애애했다.


새벽 6시 30분.

새카맣던 문 밖의 전경이 어느새 밝아지기 시작했다.


오전 8시.

왜 아직까지 우리는 이것밖에 못한 거지? 슬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화는 사라졌고 거친 호흡과 지금 몇 시지!라는 반복적인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오전 9시.

아무리 봐도 포장까지 끝내려면 족히 1시간은 더 필요해 보였다. 거의 울면서 우린 옆 가게 사장님에게 도움을 청했고, 칼국수집 사장님이 지원사격을 해주셨다.


오전 9시 50분.

도착까지 15분은 잡아야 하는 거리를 택시 주인공에 빙의해서 10분 만에 배달을 완료했다. (현실은 신호빨이 도와줬지만)


그렇게 약 7시간 동안 겨우 50개를 완성시켰다.


문제는 정상영업 시작까지 겨우 한 시간도 안 남았었다는 점이다. 미션 성공의 쾌감을 느낄 새도 없이 뒷정리에 영업 준비까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비로소 2시가 넘어서야 우린 첫 끼를 먹을 수 있었다.


떡은 재고보관 없이 당일 생산 판매만 가능하기에 매출과 노동력의 비례 관계가 상당히 정직해 보인다.


이걸 누가 알려줄 수 있었겠냐만은.. 아무튼 나는 누군가 떡집 창업을 고민하다가 이 글을 읽는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떡은 그저 떡하니 나오는 게 아니라 나의 손과 발 그리고 땀의 정성과 노력만큼 맛도 양도 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엄.청.난.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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