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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시루 성수점, 문을 닫습니다

2026년 마포에서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며

by 크림치즈

1. 지난 소식

바쁘다는 핑계로 몇 달 동안 성수시루 이야기를 쓰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공백 끝에 남기게 된 소식은 성수시루 성수점의 영업 종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내린 결정은 아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쌍둥이들의 학업, 집 이사, 생활 터전의 이동.
이 모든 흐름이 겹치면서 성수점은 올해를 끝으로 정리하고,
내년에는 마포에서 새로운 컨셉의 성수시루를 준비하게 되었다.


2025년은 유난히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집을 옮겼고, 가게를 정리했으며, 9월부터는 두 달간 안식휴가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12월 초 귀국을 앞두고, 현재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서 남은 시간을 지내는 중이다.


2. 히스토리

영업 종료를 마음에 둔 건 4월쯤이었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아내와 수없이 이야기했고,
언젠가는 써야 할 안식휴가를 올해는 꼭 써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8월 성수점의 문을 닫고,

9월 이사를 마친 뒤 곧장 가족과 함께 해외로 떠났다


성수시루를 아껴주셨던 많은 분들이 마지막 인사를 전하러 찾아와 주셨다.
사진을 함께 찍고, 기념품을 나누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추석에 송편은 어디서 사야 하냐”며 농담 섞인 말씀을 남기신 분도 있었다.
우리는 웃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오랜 단골 한 분의 말이다.
“이곳은 하루를 보상받는 공간, 사랑방 같은 곳이었어요.”
우리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지난 4년간
손님들과 함께 쌓아온 경험이 누군가에겐 가치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마음을 울렸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주말마다 베이비시터, 어린이집이나 조부모님 댁을 오가며 자랐다.

아내의 몸은 하루하루 지쳐,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고객들의 응원 덕분에 아내는 버틸 수 있었다.


"시원섭섭하다."
그 한 단어가 지금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한다.


3. 소회

나는 평일에는 판교로 출퇴근을 하고, 토요일엔 아내와 가게에서,
일요일엔 함께 육아를 하며 지냈다. 앞으로는 평일 근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솔직히 반갑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성수에서의 시간이 막을 내리자, 우리 가족의 시선은 자연스레 다음 여정을 향했다.
만감이 교차했던 8월을 뒤로 하고, 9월 우리는 또 다른 도시에 있다.
지금은 조호바루에서 남은 2025년을 보내며 2026년을 준비한다.


4. 앞으로

성수동에서의 4년.
그 시간은 이제 우리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내년, 마포에서 다시 시작할 성수시루는
그 기억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가려 한다. 그리고 또 한 장의 기록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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