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상황 그리고 감정에 대한 생각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상황이 나쁘다는 말에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이 말은 무슨 의미 일까? 좀 더 근원적으로 과연 저 말은 맞는 것일까? 적어도 나에게 이 말은 다르게 해석될 여지없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나빠 괜찮던 사람이 나쁘게 행동하는 게 아니고 나쁜 상황이 그 사람의 나쁜 점 혹은 나쁜 사람을 분명히 드러나게 해 준다고 본다. 그 사람은 그냥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 사람으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았다면 그 자체로 화나고 짜증 나는 일일 텐데 더 나아가 그러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나쁜 일을 겪는다면 직접적인 피해와 더불어 감정에 상처와 배신감 같은 2차적인 피해까지 연달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해줬는데', '네가 감히 어떻게 그래?' 등과 같은 말은 빈번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내가 나의 삶에서 가장 잘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생각일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가족을 제외하고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과 관계에서 상처와 배신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감정은 내가 맺고 있는 인연들에 대해 가지는 순전한 나의 기대와 실제 관계사이의 괴리에서 발생되는 생각의 오류일 뿐이다. 극단적으로 상처와 배신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맺게 되는 인연들에 대해 기대 섞인 예상을 하지 않으면 된다. 어떤 인연에 대해 어떤 것을 기대하는 행위는 단지 나의 생각과 예측일 뿐인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예측이 잘 맞거나 나의 기대이상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나의 생각과 무관하게 움직인다.' 이것이 때때로 사회인연에서 상처받는 나를 위해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처방이었다. 나와 이해관계가 얽힐수록 더욱 나의 생각과 반대로 움직일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모든 인연을 단절하고 코로나19 시대에 걸맞게 홀로 자가격리를 하며 살자고 함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와 인연에 대한 예상을 내려놓으면 그 사람과 인연 자체만을 바라볼 수 있고 더 편히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것이 말이나 글처럼 쉽지 않다.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미덕으로 삼는 배려와 존중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간다. '배려와 존중'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내가 '남에게 베푸는 배려와 존중'이라는 것이 맞는 말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배려와 존중' 역시 이러한 행위를 내가 남에게 하면서 그만큼 혹은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성적인 판단 없이 인지하지 못한 채로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되는 순간 내가 행하는 '배려와 존중'이 그 대상에게 걸맞지 않은 다고 판단하여 중단하게 되거나, 반대로 아무런 기대감 없이 순수하게 '배려와 존중'을 행하게 된다. 후자와 같은 경우에만 '배려와 존중'을 행한다면 나와 배려의 대상 사이에 아무런 문제없을 것이다. '내가 받은 배려와 존중'은 있어도 '내가 베푼 배려와 존중'은 없음을 이해한다면 좀 더 편히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배려와 존중 역시 나의 이기심에서 발원하는 행위임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배려나 존중을 타인에게 행하며 그에 걸맞은 피드백이 없다고 상처받거나 배신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회에서의 인연들 사이에서 상처받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내 나름의 원인과 이유를 찾아 극복해보고자 하였다.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 비슷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거나 이러한 감정들에 대해 무뎌지기 위해서 고민한 잡념을 글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