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기를 두려워하는 관리자에 대하여
인류가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잉여식량이 생겨나게 되고 그것의 재분배를 위한 계급이 생겨남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중세, 근대, 현대를 거치며 잉여의 식량뿐만 아니라 잉여의 자원(자본, 안락함, 편리함, 위생, 안전, 시간 등)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사회계급으로 그것을 유지하려고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평가를 받고 평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내가 하는 일이 나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상위자, 하위자에게 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여기에서 필수불가결하게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게 된다. 누군가는 실무보다는 관리직으로의 역량을 더 잘 발휘하고, 누군가는 직무적역량보다는 사회적 관계 맺음에 집중하곤 한다. 중요한 건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고 서로에게 맞는 역할을 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가족구성원에서의 나와 직장에서의 나, 동창모임에서의 나 서로 다른 면을 가진 입체적인 다면체라고 개인을 규정할 수 있다.
관리자가 되면 거기에 맞는 직무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누군가가 나의 관리자 상위자가 되면, 그 사람에게 하위자로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기대에 부흥한다면, 혹은 나에게 잘 맞는 성향이라면 나에게는 한 없이 좋은 관리자 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경험한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재평가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 지난 간 시간들일뿐이다.
조직에서의 관리자 혹은 책임자는 자리에 주어진 자원을 배분하는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해당 조직에 잉여의 자원을 최대한 많이 가져다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자기희생과 손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반대급부로 경제적 이득과 편리함이 동시에 오기도 한다. 결국 행사하는 권한만큼 그 책인도 따르게 마련이다. 최근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지기 두려워하는 관리자 혹은 책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소위 욕먹는 걸 두려워해 어떠한 결정도 못하고 미루는 사람, 본인에게 필요한 쓴소리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사람, 권위적으로 권한 행사만 좋아하는 사람, 관리자 혹은 책임자로의 요구되는 덕목과 정반대 되는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내가 속한 회사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를 거치며 더 철저하게 개인중심으로 삶의 중심이 옮겨가며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사회의 발전속도가 느려지거나 퇴보하는 단계가 오며, 과거의 조직에 대한 기여가 나의 발전 및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조직에 대한 헌신 기여, 권한 행사에서의 조직기여보다는 개인의 발전과 이득에 치중된 결정을 내리게 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내 이득을 위해 조직 혹은 구성원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욕먹기 두렵고, 조직이야 망가지든 말든 내 이득만 생각하는 관리자 혹은 책임자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된다.
왕관의 무게를 짊어질 수 없는 자, 그 왕관을 내려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