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anus Jan 25. 2023

(영화 2) 크루엘라

PC(Political Correctness)를 벗어난 디즈니의 산뜻함

수도권에서 여전히 염려되는 상황이 있긴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는 분위기에서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 관람했다. 별 기대 없이 관람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고, 영화관의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영화관은 영화를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콘텐츠인 영화의 질과 내용을 떠나 영화라는 영상물 자체의 제작 의도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공간임을 다시 깨달았다.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된다. OTT 서비스나 IPTV로 채울 수 없는 공간이 주는 감동이 있다. 서론은 이쯤 하고 영화에 대한 나의 감상을 적으려 한다.

정말 기대 없이 봤다. 어릴 적 만화로만 봤던 그것도 101마리 달마티안에서 주연이 아닌 악역인 배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라니 기대가 1도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크루엘라라는 배역 이름도 영화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부제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영화의 감상은 한마디로 산뜻함이었다.

에스텔라가 왜 크루엘라가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던 출생의 비밀로 반전을 구성하고 주인공이 겪는 역경과 고난을 두 친구와 두 강아지와 같이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출생의 비밀 같은 반전을 위한 설정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설정에 의구심이 드는 이마저도 이러한 설정은 영화 전체의 흐름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될 것이다. 남작부인이 크루엘라(에스텔라)의 생모이든 아니든 영화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에스텔라가 크루엘라로 변신하게 되는 동기를 제공해 준다는 인물임만이 중요하다. 많은 영화 혹은 소설에서, 복수의 대상이 자신과 혈연관계임을 알게 되는 순간 주인공은 그전까지 끌어오던 복수의 감정, 자신을 버렸다는 것에 대한 분노, 혈연에 대한 연민 그 사이의 복합적인 감정을 유지한다. 하지만 크루엘라에서는 그런 건 없다. 오히려 복수의 명분만이 더 명확해졌을 뿐이다. 반전의 전후의 감정선이 그대로 이어지고 증폭된다. 복수의 완성(남작부인의 몰락)을 통해 남작부인은 나를 생물학적으로 낳았을 뿐이고 난 에스텔라로 키워져 스스로 크루엘라로 성장했음을 당당히 선포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남작부인과의 갈등 그리고 반전 이후에 인간적인 깊은 고뇌 같이 심오한 감정 변화는 없지만, 주인공이 감정의 깊이와 삶의 태도가 변화되는 과정은 어쩌면 "조커'나 '배터맨'과 같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악당 혹은 영웅의 탄생 서사 형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에 의해 변화된 주인공이 아니라 시련, 사회환경, 사건 등에 의해 스스로 탄생시킨 악당/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컷에서는 hell (man) hall에서 출발을 보여주며, 크루엘라의 서사가 시작될 것임을 암시함으로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했다. Hellman에서 man이 떨어짐은 크루엘라 이전 에스텔라의 인간적인 면모가 사라졌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되었다.

그 간 내가 가진 디즈니영화에 대한 낮은 기대치는 언젠가부터 시작된 노골적인 PC에 대한 강박이었다. 물론 영화 외적으로 중요한 이슈이며, 영화란 것이 인간을 삶을 비추는 영상임을 생각할 때 내적으로도 중요시해야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영화라는 본질 유희로써의 영화의 본질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디즈니의 행보 (분쟁의 소지가 있으니 구체적인 사안은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에 대한 나의 생각은 PC에 매몰된 채 신음하는 거인이었다. PC 함이 영화의 주제가 되어 영화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크루엘라를 통해 디즈니가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이번이 우연일지 몰라도 PC 함을 담을지 털지에 대한 강박 없이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디즈니 스스로 알아차리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1) The Devil All The Ti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