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엄마의 뒤늦은 육아일기 결심기
육아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갑작스러운 생각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어 온 그런 결심이다.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태교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끄적대던 노트들을 모아둔 옷장 위 상자를 뒤적거리다 보면 분명 그런 결심, 하루 이틀의 결과물이 나올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게 바로 육아일기야'라고 말할 기록 거리가 없다.
변명하기는 싫지만, 아이를 낳은 지 6개월 만에 복직을 했고 하루하루를 허덕거렸다. 그 버거움 속에는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도 있었고, 일에 대한 어려움, 부부간의 갈등 등 많은 사건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희미해진 그 일련의 시간들을 기록보다는 회피, 증발이라는 조금 더 쉬운 방법을 택했는지 모른다.
지난주에 우리 딸의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2015년 5월에 시작된 '육아'에 다른 색깔의 선이 그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럭저럭 지나 온 지난 7년 남짓한 시간의 색깔이 더해져, 지금 우리 가족의 모습을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만 그 작은 과정들이 궁금해 색을 들여다보니 흐릿한 줄만이 존재한다.
딸아이의 나이 7살. 뒤늦게 육아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말하면, 주변에서는 "이제 다 키웠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웬만한 일들은 혼자서 할 수 있고, 친구랑 놀 때면 엄마를 찾지도 않는다. 육체적인 피로는 확실히 덜하니 말이다. 다만 완전히 동의할 수만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조금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 제법 복잡해진 자기 주관, 감정에 대한 조언까지 새로운 '육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모습을 가진 '육아'의 문 앞에 서 있는 지금, 이제라도 육아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또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 새로운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괴로웠던 시간들이 기억 속에서만 희미하게 자리 잡고 있다면 지금처럼 또 후회를 할 것 같다.
'육아'는 아이를 기르는 것임과 동시에 '기를 育, 나 我' 나를 기르는 과정이다. 지난 약 7년의 시간 동안, 나라는 존재도 참 많이 자랐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한 아이의 '세계'에 잠시 발을 담그며, 뜨겁고도 차가운 나의 세계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오롯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담아두었더라면, 갑작스럽게 요동치기도 하는 나의 세상에 나름의 위로가 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서 샤이니 키가 고향집에 내려가 엄마의 육아일기를 읽으며 웃는 모습을 보았다. 수십 년 전 엄마의 기록이 성인이 된 아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나조차 기억나지 않는 내 모습, 그때의 나를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준 엄마의 기록.
내가 너무 늦었나 싶다가도, 지금이라도 '뒤늦은 육아일기'가 꽤나 괜찮은 결심이 될 수 있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