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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May 30. 2020

코로나, 익숙해질 준비 되셨나요?


코로나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에 들어온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오기 마련인데, 아직도 나에게, 우리에게 코로나는 꽤 낯설다.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은 불편한 무언가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콧물이 흐르고 근육통처럼 몸이 아팠다. 평소 비염을 달고 살고, 거북목으로 고생하는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덜컥 겁이 났다. 코로나의 다양한 증상 중에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남편에게서 전염되었나? 얼마 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거기서 전염되었나? 얼마전 우리집에 놀러온 언니에게서? 나를 둘러싼, 스쳐간 모든 사람과의 장면을 돌이켜보며, 최소한의 확률에 기댄, 최대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 우선 우리 아파트가 방역이 시작될테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얼마 전부터 등원을 시작한 아이의 유치원은 폐쇄되고, 같은 반 친구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남편도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일 테다. 거기다가 나의 모든 동선은 공개되고, 내 나름 고심해서 최소화한 동선도 어떤 이들에게는 비난의, 개념 없는 행동이 될 것이다.

코로나라는 병은, 적어도 나에게는 사람들에게는 주변에서의 눈길이 더 걱정되는 한 차원 더 높은 병이었다.


평소 친한 동생이 연락이 왔다. 나와 똑같이 한 아이를 키우고 있고, 워킹맘이기 때문에 긴급돌봄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언니, 나 얼마전부터 계속 열이나”

“코로나 검사 해봤어?”

“보건소에 전화도 하고, 병원도 다녀왔는데 그냥 목감기 같대. 열이 나니 출근도 못하고, 00이는 어린이집도 못가고 집에 있어”

“그럼 아닐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언니, 나 코로나면 어떻게 해? 열이 안 나길래... 얼마전에 친한 친구 결혼식 다녀왔는데…나 코로나면 어쩌지? 이직해야 되나? 이제 겨우 00이 어린이집 적응하고 있는데 또 옮겨야돼? 결혼식 꽤 많이 왔는데, 그 사람들 다 자가격리야? "

“………아닐거야…”

“언니, 기사 댓글들 봤어? 나중에 나도 기사 나면 엄청 욕 할거 아니야…"

"....."

"나 무서워… 다 나 욕하고 떠나도 언니는 꼭 내 편 해줘…”


나만 하는 걱정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나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 혹은 나의 행동, 동선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그것이 어쩌면 누군가의 죽음으로까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가 있었다.

이런 공포, 걱정이 결코 나에게 코로나가 익숙한, 그래서 공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아이 등원을 시작했다. 남편은 미뤘던 미팅을 시작한다. 나는 한국에 들어온지 두 달이 지난 친구를 이제야 만난다. 집 앞 맛집에는 그 작은 식당에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스타벅스에는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는 어디 있는지, 누구에게 그 존재감을 발휘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강조하는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녀석에게는 이제 나름의 익숙함이 필요하다. 익숙하다는 것은 함께 한다는 것이다.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공포, 비난으로는 오래할 수 없다. 그저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승화해야 한다. 그래야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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