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리 Jun 01. 2020

소설,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 Truman Capote


나에게, 우리에게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주는 이미지는 오드리 헵번처럼 맑고, 투명하고, 티파니의 색깔처럼 우울할 수 없는 블루다.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고전 소설을 영어 원서로 읽어보았다. 염려했던 것 처럼 모르는 단어와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즐비했지만, 하나하나 단어를 찾아보느라 시간은 걸렸을지언정 작가가 단어 하나하나를 공들여 쓰듯이 나 또한 그것을 음미하며 읽을 수 있었다. 


# 누가, Holly를 이해할 수 있을까?


소설에는 주인공 Holly를 narrator화자가 묘사하는 형식이고, Holly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을 읽을 때는 감정을 이입하고 보는 편이라, 화자의 입장에서 Holly를 바라보고자 했다.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말도 안되는 Holly의 행동들을 모두 받아주는 화자, 즉 그녀가 Fred라 부르는 그 남자가 호구 같았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Holly를 이해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내가 이입될 수 있는 사람은 Madame Spanella였다. 나 역시 Holly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멀리하고 비난했을 것이다. 


Holly는 세속,솔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것은 또 다른 타인에게 뉴욕이라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는 비난 받기 쉬운 행동들이었을 것이다. Madame Spanella가 그랬던 것 처럼..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Holly에게 어울리는 그 말들은 변함이 없다. 다만, Holly를 어느 순간, Holly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Holly가 살았던 뉴욕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곳은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것 같으면서도 꽤나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사람들이 많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꽤나 괜찮은 인간인 척 노력해야 한다. 


그 곳에 사는 나는 합리적일까? 속물적일까? 나는, Madame Spanella는 Holly를 이해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Madame Spanella는 훗날, Holly가 떠나고 젊은 청년이 이사를 왔고, Holly 만큼의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해 아주 너그러운 보답을 한다. Madame Spanella did not object, indeed she doted on the young man and supplied filet mignon wheneverhe had a black eye.)


the answer, is good things only happen to you if you're good. Good? Honest is more what I mean. Not law-type honest-- I'd rob a grave, I'd steal two-bits off a dead man's eyes if I thought it would contribute to the day's enjoyment-- but unto-thyself-type honest. Be anything but a coward, a pretender, an emotional crook, a whore: I'd rather have cancer than a dishonest heart. Which isn't being pious. Just practical. Cancer may cool you, but the other's sure to.  <Breakfast at Tiffany's 중>


# Holly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사랑이야기다. 영화의 사랑은 꽤나 로맨틱하다. 로맨틱의 일반적인 관념은 젊은 미혼 남녀가 만들어가는 극적인 사랑이다. 영화는 그 공식에 철저하게 부합했다. 잘생기고 예쁜 남녀가 결국에는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은 열린 결말과 뜨거운 키스가 우리를 안도시킨다. 


소설 <티파니에서 아침을>도 사랑이야기다. 다만 로맨틱한 결말도 없고, 극적인 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그 흔한 키스신도 없다. 화자가 바라보는, Holly가 세상을 바라보는 솔직하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너그러운 감정으로 이루어진 관용 넘치는 사랑이 있다. 


로맨틱이라는 한정된 것이 아닌, 누구든 안아주고 이해할 수 있는 모든이의 사랑이 (줄거리만 읽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문장 속에 스며들어 있다  


Why not? A person ought to be able to marry men or women or -- listen, if you came to me and said you wanted to hitch up with Man o'War, I'd respect your feeling. No, I'm serious. Love should be allowed. 


# Holly는 떠날 수 있을까?


Holly는 정착하지 않고, 떠날 준비를 늘 하고 사는 여자다. 집의 인테리어도 그랬고, 명함에도 Traveling을 새겨넣고, 이름도 그랬다. HOLIDAY, GO, LIGHTLY 

Printed, rather Cartier-formal, it read : Miss Holiday Golightly ; and. underneath, in the corner, Traveling. It nagged me like a tune : Miss Holiday Golightly, Traveling. DD

Holly는 떠났다. 아프리카? 브라질? 아르헨티나? 혹은 뉴욕? 

어디인지 모를 곳으로 떠났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Holly의 고양이가 발견한 그 곳처럼, 오드리헵번 처럼 우아하게 혹은 더 멋지게 어디서든 자존심을 지키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고 있으리라.. 


Flanked by potted plants and framed by clean lace curtains, he was seated in the window of a warm-looking room: I wondered what his name was, for I was certain he had one now, certain he'd arrived somewhere he belonged. African hut or whatever, I hope Holly has,too. 


-

소설을, 특히 원서로 읽는 것은 긴 여정 같았다. 사실 정확한 해석이 되었는지를 위해 번역본도 읽어보려 한다. (비교적 중편? 단편 소설이라 압박이 덜하다.) 다만 이 소설은 긴 여정이 될지언정, 원서로 한번은 나만의 travel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법하다. 또한 영화, 번역본 모두가 나름의 훌륭한 작품들이기 때문에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고, 


커포티는 우리 세대 가장 완벽한 작가다. 그는 한 단어 한 단어 엮어 리듬감 있는 가장 뛰어난 문장을 쓴다. 나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단 두 단어도 바꾸지 못하겠다. 이 작품은 고전이 될 것이다 _노먼 메일러 

평론 답게, 한 단어 한 단어 커포티가 직접 만든 문장을 그대로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이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리듬감, 유머, 생생한 인물, 상황 묘사가 정말 왜 두 단어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But our acquaintance did not make headway until September, an evening with the first ripple-chills of autumn running through it.
The window was turning blue. A sunrise breeze bandied the curtains. 



즐거웠던, Holly와의 여행

나의,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나일 수 있는 Tiffany에서 아침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I want to still be me when I wake up one fine morning and have breakfast at Tiffany's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익숙해질 준비 되셨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