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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Jan 15. 2023

감자빵에서 나의 존재까지

   감자를 똑 닮은 빵이, 이른 새벽 내 손으로 들어왔다. 감자가 강원도의 어느 밭에서 싹을 틔우고, 누군가에 의해 세상의 빛을 받고, 뜨거운 물에 들어가 무른 물질로 변화하고, 다른 재료들과 만나, 다시 감자모양을 가진 또 다른 감자가 되었다. 일명 이 '감자빵'은 고향에 남아 커피 냄새가 솔솔 나는 가게에 진열되기도 하고, 전국 각지로 흝어져 사람들의 문 앞으로 이동한다.

 이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는 많은 이들의 고민이 치열하게 섞여 있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의 영혼과 고민, 젊음이, 감자가 으깨어지듯 으깨어져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했다.


 주식회사 <밭, BATT>의 이미소 대표. 91년생, 33살. 강원도에서 '감자의 다품종'이라는 사명을 안고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그러다 소비자들이 품은 '감자는 뽀얘야 한다'라는 선입견에 묻혀, 외면받는 보라 감자를 보고, 이 감자를 이용해 20대에 창업을 생각했고, 여러 시도와 실패를 거름 삼아 200억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는 지금의 이 '감자빵'을 만들었다.   



   그녀의 강의가 시작됐다. 무섭도록 말이 빠르다. 후다다닥 말의 속도를 따라가다보니, 유쾌하게 숨이 찼고, 지금의 밭을 일구기 까지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 덕분에 3시간이 묵직하게 채워졌다.


   강의의 주제는 <브랜딩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법>. 브랜딩 그리고 비즈니스. 가까우면서도 은근하게 내적거리를 가진 이 두 키워드를 가장 부드럽게 연결해 줄 수 있는 사람 중 단연 최고는 이미소 대표일 것이라 생각했다. '감자'라는 One thing으로 감자빵의 브랜딩 그리고 밭이라는 사업은 물론, ‘이미소'라는 퍼스널 브랜드까지 완성시켰으니 말이다.


 1부 '감자빵'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2부 '비즈니스 관점의 브랜딩', 3부 '실전 경영 노하우' 크게 3개 챕터로 진행되었다. 질의응답까지 4시간의 강의는 유쾌하고 단단하게 이어졌다.


  강의에 채워진 모든 이야기들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이 날을 통해 또 한 번 '내 것으로 체득해야지' 생각한 것들이 있다.

#독서&기록 #나 #실행

'에잇,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잖아.'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사실 다 알고 있는 것 들이다. 하지만 이미소 대표는 지금까지 오는 과정과 함께, 자신은 몇 만원으로 몇 억의 가치를 채울 수 있은 책을 좋아하고, 한 책을 3번씩 정독하며 공부함을 강조했다. 또한 꾸준한 기록이 담긴 노트탑 사진을 자신 있게 보여주었고, 어린 시절 철학자를 꿈꿨고 지금도 세상을, 또 나를 알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명상하고, 걷는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감자빵'안에 녹아들어 있다 생각했다. 그녀의 ‘밭’감자를 이용해 그냥 ’감자빵‘을 파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목적도 그저 단순히 ‘돈'에 머무르지 않는다. 감자의 다품종을 지키기 위한 신념에서 출발해, 농부가 꿈이 될 수 있는 사회, 수도권 인구과밀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까지 해결하고자 하는가치가 그녀의 사업 가장 근원에 깔려있다. 그 주먹만 한 감자빵 안에는 사람을 향한 사랑, 나와 사회를 향한 철학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지 출처 : 인북 <소울살롱>/ 요즘 소울살롱에서 함께 읽고 있는 책. 이미소 대표도 강의에서 이 책의 이 구절을 언급했다.


너 존재했어?

  나는 마케터이다. 13년이라는 시간을 '마케팅'이라는 업을 어깨에 메고, 또 마음에 품고 살았다. 긴 시간 동안 브랜딩을 했고, 수 만 가지의 카피를 생각했고, 수 백가지의 페이지를 그렸고, 다 수의 서비스를 론칭했다. 마케터로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해오다 작년 하반기 불현듯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를 하고,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존재하고 있을까? 나답게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가? 나만의 이야기로 존재하고 있는가?'

어쩌면 나는 끊임없이 내게 질문했지만, 답을 미뤄왔다.


  다시 나를 돌아본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만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요즘 나는, 마케터. 익숙하지만 낯설고, 간지럽지만 설레는 이 말을 채워줄 이야기를 차곡차곡 단단하게 세워가는 시간에 서 있다. 느리고 또 빠르게.  

다시 책을 느릿느릿, 꾹꾹 읽어가는 중이고, 생각만으로 넘치던 것들을 이제 하나씩 실행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중이다. 그리고 매일 아침 글을 쓴다.


근원적 질문. 나의 철학. 독서와 기록 그리고 실행의 중요성. 이 감자같이 생긴, 감자가 아닌 이 빵 덕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이제 나의 감자빵을 만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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