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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May 28. 2023

SNS 사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얼마 전 회사 대표님이 전북으로 사업발표를 하러 갔다. 스타트업의 CEO라는 게 얼마나 고달픈지, 거기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늘 한다.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사업발표는 중요하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피드백들을 안고, 다음 일정을 위해 급히 서울로 올라오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마음이 무겁지만, 유난히 맑았던 지방의 하늘을 찰칵 담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익산의 하늘,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


한 장의 사진과 짧은 스토리를 확인한 순간, 이 찰나의 순간에 담긴 뒷 이야기를 아는 나는, 대표님이 해야 할 결정들과 많은 일들에 응원을 보내고 싶었고, 바삐 서울에서의 스케줄이 있다는 것도 알기에 밥은 먹었는지, 구두가 아프진 않았는지 걱정도 되었다. 조용히 응원의 하트를 날리는 수밖에.


다음 날 여러 피드백에 대한 회의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대표님이 푹 한숨을 내쉰다.

“아니, 어제 형님이 내 인스타 보고 DM 보냈더라? “

“뭐라고요?”

요즘 대표님의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계신다. 익산과 가까운 곳에 있다. 주말에 찾아뵙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동서 익산까지 내려왔으면, 어머니 병원에라도 한번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너무한 거 아니야? 이랬어…! “

“헐…. 본인은 한 번도 안 왔으면서!! “

그간의 사정을 아는 나는 분노했다.

“아니 그리고!! 대표님이 놀러 갔어요? 일하러 갔지?! 앞뒤 사정도 모르고!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데..! 빨리 서울 와서 첫째 하원시간도 챙겨야 하고! 잠깐이라도 짬을 낼 사정이 아니었잖아요! 내가 다 열받네? 인스타 사진 한 장 보고 왜 자기 맘대로 판단해요? “



  인스타그램이 여러 SNS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시대. 우리는 사진 한 장에 박제된, 또는 짧은 동영상으로 보이는 찰나의 일상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해석한다.

나 역시 연락이 뜸한 어떤 이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하면, 그간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이 순간을 선택했는지 알지 못하고, 큰 관심이 없다.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그가 선택한 짧은 순간에 대한 단편적이고 단순한 해석만을 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남들도 역시 그렇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인스타그램이며, 카톡의 프로필 사진이며 보이는 내 찰나들에 대한 검열이 심해지고,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가볍게도, 혹은 무겁게도. 그 사람이 자랑하고 싶은, 보여주고 싶은 일상이든, 또 위로받고 싶은 순간이든, 그 시간의 뒤엔 고유한 과정이 있고 소중한 스토리가 있다. 흘러가는 시간처럼 그들의 시간은 흘려보내자. 그 어떤 감정이든 마음의 눈길을 만을. 의미 없는 하트를 누르더라도, 함부로 그 찰나를 판단하지 말자.

 나 역시 자랑하고 알리고 싶어지는 순간을 판단받으려 하지 말고 허공에 뿌리되, 그 시간만큼은 나 스스로 아껴주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SNS의 세상이라면, 나는 이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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