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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잔혹함에 대하여

『안나 카레니나 1』를 읽고

by 율리

아름답다라는 것은 이중적이다. 세상을 다 가질 것처럼 피어오르기도 하고, 어떤 아름다움은 잔혹한 구석이 있다.『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 안나에게서 이 오묘한 아름다움의 양면을 느낀다.

안나는 단순히 눈부신 외모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성숙함과,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함께 품고 있는 듯 하다.
혹자는 영화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한 소피 마르소나 키이라 나이틀리가 소설에 묘사된 안나의 모습과 다르다며 미스 캐스팅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소설을 통해 읽은 안나는, 단순히 외모로만 설명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아릿함, 그것이야말로 안나의 진짜 아름다움이었다. 그런 점에서 소피 마르소나 키이라 나이틀리 모두 외형적인 것을 떠나 이런 안나의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충분했다.


안나의 아름다움은 남자 주인공 브론스키의 시선을 통해서도 묘사된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여주인공인 키티에 의해 설명되는 안나의 아름다움이 인상 깊다. 키티는 안나의 매혹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숨이 막힐 만큼 압도된다. 그리고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내면 깊숙한 곳에는 자신이 감히 다가가지 못할 성숙함과 우아함과 시적인 아름다움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매력에는 잔혹한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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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는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단순한 동경의 대상을 넘어, 때로는 깊은 상처를 입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반면, 브론스키가 그리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거침이 없다. 이성도 경계도 없이, 그는 안나와 함께 하는 그 다음을 꿈꾼다. 그러나 그가 사랑한 것은 진짜 안나였을까? 안나의 아름다움이었을까? 어쩌면 브론스키는 안나의 아름다움 속에 자신의 욕망과 열망을 투사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안나는 완벽한 꿈이었고, 그 꿈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경계선마저 무너뜨려야 했다.


키티가 느낀 막연한 불안, 브론스키가 느끼지 못한 위태로움은, 결국 안나 자신의 운명이 되어 다가온다. 톨스토이는 이 모든 비극을 격렬하게 몰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 초반부터, 안나를 둘러싼 작은 균열들을 조용히 심어놓는다. 그녀가 웃을 때에도, 말을 할 때에도, 어디선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불안정한 빛이 비친다. 독자는 눈부신 매혹에 압도되면서도, 동시에 어디선가 다가올 비극을 예감하게 된다.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읽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책에서 톨스토이식 복선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속에서 언뜻, 혹은 대놓고 보여지는 균열을 찾아내는 것. 그것은 눈부신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불안정함을 읽어내는 것과 닮아 있었다.


안나의 아름다움은 세상의 모든 시선을 모은다.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하고, 갈망하지만, 정작 그녀를 이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사랑받지만 고립되고, 갈망의 대상이 되지만 구원받지 못한다. 이 모순된 고립감은 아름다움의 양면성과도 닮아 있다. 그것이 안나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것만 같았다.



『안나 카레니나』는 비단 안나 한 사람의 비극을 넘어선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움과 사랑, 그리고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그 유명한 첫 문장이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키티, 브론스키, 카레닌, 레빈. 그들 모두가 흔들리고, 넘어지고, 때로는 비겁하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직 1편 밖에 오지 않았지만, 읽을 수록 느껴지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사랑, 그리고 삶의 모순을 과장하지도, 미화하지도 않는 작가의 온도가 참으로 적당하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지만, 또 고리타분한 불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톨스토이가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꺼내어 보여주는 정직한 묘사 덕분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세 권의 긴 이야기 중 하나의 이야기를 덮으며, 아름다움은 세상을 끌어당기지만, 때로는 삶을 무너뜨리는 걸 생각해본다.『안나 카레니나 1』은 그 이중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동경하고, 무엇에 흔들리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아름다움은 동경을 부르지만, 결국 고독을 남긴다. 책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2부 리뷰도 곧 남길거라는 약속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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