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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Jun 04. 2021

혼자 노는 게 이상한 거야?

딸아이 유치원 친구 3명과 함께 '퐁퐁' 뛸 수 있는 키즈카페에 갔다. 평일 늦은 오후 시간이라 비교적 한적했다. 아이들은 답답한 마스크를 벗지 못하지만, 퐁퐁을 보자마자 답답함도 잊은 채 날아오른다. 아이들이 제일 잘 보이는 테이블에 엄마들끼리 자리를 잡았다. 입은 쉴 새 없이 아이, 근황 얘기로 바쁘지만 엄마들의 눈은 아이들을 따라다닌다. 하늘을 걸어 나니는 듯한 귀여운 3명.


갑자기 잘 놀던 아이들의 무리에서 딸아이가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친구가 엄마들에게 달려온다.


"엄마, 윤서가 자꾸 혼자 놀고 싶대.

같이 놀고 싶은데…”


순간 왜 그럴까. 당황했다.


"아 그래? 윤서가 혼자 놀고 싶은가 보다.

조금만 기다려줄래? 우선 너희들끼리 놀면 어때?"


그렇게 친구를 돌려보내고 엄마들 앞에서도 태연하게 웃어 보인다. 친구 엄마가 걱정스레 묻는다.


"애들 싸웠나? 갑자기 왜 그럴까요?"

"하하 저러다 말겠죠.. 왜 그러지.."


애써 대화를 다른 쪽으로 돌려본다.


침착한 표정과 그렇지 못한 머릿속이 뒤엉킨다. 입은 웃으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긴 자꾸 내 눈은 딸을 찾고, 왜 그런 건지 갑자기 혼자 있고 싶어 졌는지 궁금하다. 저 멀리 친구 둘은 같이 손을 잡고 퐁퐁을 미끄러지듯 내려온다. 딸아이는 저 멀리 작은 퐁퐁 칸에서 말 그대로 하늘 높이 '퐁퐁' 올라간다.

혼자서.

그런 아이의 모습이 계속 신경 쓰인다.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딸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친구에게 다가와 술래잡기를 제안한다. 셋은 다시 신나게 놀기 시작했고, 내 마음에는 진짜 평화가 찾아왔다. 이제야 진짜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물었다.


"아까, 왜 혼자 놀았어? 친구들이랑 놀 때 싸웠어?"

"아니?"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엄마는 질문과 물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럼? 아까 왜 그런 거야? 왜 잘 놀다가 혼자 놀고 싶다고 말한 거야?"

"엄마.. 왜? 혼자 노는 게 이상한 거야? 그냥 혼자 놀고 싶어서 혼자 놀겠다고 했는데... 그냥 혼자도 놀다가 친구들이랑도 다시 같이 놀면 안 돼?"


순간 어린 장금이 얼굴이 딸에게서 보였다. 나는 당연한 질문을 자꾸 물어보는 김상궁인지, 이상궁인지 머쓱해하던 그분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나는 혼자 남겨지는 게 어색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갈구하면서도 혼자 남겨질 때면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각종 SNS을 기웃거리며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갈구한다.


한 사람 인생에는 비슷한 고독의 질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바쁘게 살았던 지난날, 거하게 2차에 3차 노래방까지 미친 듯이 놀다가도 집에 오면, 휴대폰을 꺼둔 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술기운이라고 하기에는 그 많던 새벽의 시간이 끄적대던 일기장에 지금도 오롯이 남아 있다. 그렇게 진짜 혼자가 되고 나면 그 다음날 뭔지 모르게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워낙 술도 세고, 숙취가 없는 편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몸도 마음도 고독이 찾아올 때 마음껏 받아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에, 육아에 치여 그게 참 힘들다. 그래서인지 혼자가 주는 즐거움을 참 많이 잊고 살아왔다.


그래, 혼자 노는 건 이상한 게 아니야. 아주 자연스러운 건데, 엄마가 잠깐 잊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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